
(수원=뉴스1) 문대현 기자 =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양도근(22)이 움츠렸던 날개를 조금씩 펼치고 있다. 비록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시작은 뒤처졌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03년생인 양도근은 삼성의 '젊은 스타' 이재현, 김영웅과 친구다. 그러나 야구 인생이 친구들처럼 순탄하지 않았다. 장안고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한 양도근은 강릉영동대로 향했다.
강릉영동대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양도근은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에 신청서를 넣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10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좌절이 컸지만, 삼성에서 육성선수 입단을 제안하면서 가까스로 프로에 진입할 수 있었다.
키는 173㎝에 불과했지만, 견실한 내야 수비와 빠른 발이 장점이었다. 힘든 시기를 버텨낸 양도근에게 1군 출전의 기회가 찾아온 건 8월 29일이었다. 이날 정식 선수 전환과 동시에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박진만 감독은 패기로 똘똘 뭉친 양도근을 눈여겨봤고, 후반기 16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타율은 0.174(23타수 4안타)에 불과했지만, 그라운드에 선 자체가 행복이었다.
올 초에는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 도중 타구에 얼굴을 맞는 아찔한 부상으로 코뼈 연골을 다쳤지만, 다행히 빠르게 회복했고 2025시즌 개막 엔트리까지 꿰찼다.
대수비, 대주자, 대타로 꾸준히 출장하던 양도근은 10일 일을 냈다. 대구 SSG 랜더스전에서 1점 차로 뒤진 9회 강민호의 안타 후 대주자로 출루해 르윈 디아즈의 2루타 때 동점 득점을 올렸다.

2-2로 맞선 10회 2사 1, 2루에서는 김건우를 공략해 안타를 쳐 경기를 끝냈다. 육성선수가 영웅이 된 순간이었다. 삼성 팬들은 '양도근을 보니 가슴이 도근도근'이라며 귀여운 응원을 보냈다.
11일 수원 KT 위즈전을 앞두고 뉴스1과 만난 양도근은 "어제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다. 늘어난 관심을 체감했다. 10회에는 (이)재현이와 (김)영웅이가 아웃돼서 어떻게든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건우 투수가 2볼로 몰려 있어서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넣을 것으로 보고 쳤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웃었다.
양도근이 10회 끝내기 안타를 칠 수 있었던 것은 9회 재빠른 주루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타로 출루한 강민호와 양도근을 불러들인 디아즈 모두 잘했지만, 양도근의 빠른 발이 없었으면 동점을 장담할 수 없었다. 박 감독 역시 "양도근이 뒤에서 준비를 잘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칭찬했다.
양도근은 "어제든 투입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경기 중 하체를 많이 풀어두고 있다. 단거리도 많이 뛰면서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데 9회 기회가 왔다"며 "디아즈의 안타 타구가 빨랐지만, 상대 투수가 조병현이었기에 무조건 동점을 시켜야 한다고 보고 뛰었다. 내가 3루를 돌았을 때 그제야 2루수가 중계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보고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양도근은 올 시즌 선발 출전한 적이 없다. 10일 번뜩였지만, 11일도 시작은 벤치였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는다. 프로 1군에서 운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양도근은 "선수라면 당연히 선발을 꿈꾸지만, 지금 우리 내야진(류지혁, 김영웅, 이재현)이 다 잘하기에 나는 주전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로도 충분하다"며 "백업이라도 좋으니 그저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도근이 내세우는 자신의 장점은 수비력이다. 그러나 아직 보완할 점도 많아 맹훈련 중이다.
양도근은 "어릴 때 TV로 보던 선배들과 한 팀에서 야구하는 것이 지금도 신기하고 감사하다"며 "하루하루가 소중하기에 허투루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올해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들어서 우승을 함께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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