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식구들(집회자) 안 나오니 좋구먼. 여긴 원래 이렇게 한산했어. 내가 몇 년을 다녔는지 몰라. 여긴 탄핵 반대 저기는 또 찬성 아이구!"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자신을 '밴댕이'라는 별명으로 소개한 70대 남성 A 씨는 9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노인복지센터 계단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주에 서너번은 이곳을 찾는 단골 회원이다.
센터 앞에서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외치는 집회자들이 오전부터 오후까지 진을 치고 있었다.
A 씨는 안국역 일대를 장악했던 탄핵 관련 집회로 열흘 정도 이곳에 오지 못했다. 그는 오랜만에 온 소감을 묻자 "(안국은) 자연스러운 맛이지. 여기가 점잖은 골목이야"라며 "자연스럽게 왔다 갔다 했는데 집회자들 때문에 건너가지도 못했다. 아우 살벌하다"고 머리를 털었다.
이어 "이 사람들은 욕부터 한다"며 "네가 뭔데, 나이 몇 살 X 먹었느냐고 욕하더라"고 그간의 불만을 털어놨다.
거의 매일 센터에 나오는 고영희 씨(75·여)도 집회자들의 욕설에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 고 씨는 "저쪽에서 욕만 안 했으면 좋겠다. 욕을 하고 상대방을 그렇게 비방하니까 국민으로서 너무 괴로웠다"고 푸념했다.
그는 "복지센터는 내 친구이자 안식처다"라며 "판결 후 조용해져서 좋다"고 두 손을 꼭 잡으며 활짝 웃었다.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복지센터 직원들에게도 평화가 찾아왔다.
카페테리아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이제는 많이 평온해졌다"며 "그동안 화장실 관리하는 담당자가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강조했다.
한 달째 봉사활동을 하는 홍 모 씨(70대·남)는 그는 "집회에 참여한 분들은 (센터 회원 가입도) 없이 그냥 입장해서 시설을 이용하고 싹 빠져나가곤 했다. 소음도 있었다"며 당시의 불편함을 전했다.
홍 씨는 "(지금은) 유동 인구나 집회 인구가 없어져 환경이 쾌적해졌다"며 미소 지었다.
이날 복지센터는 그동안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동네 사랑방으로 돌아온 모습이었다. 어르신들은 벤치에 앉아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고, 반갑게 친구와 '필승' 포즈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외부인들의 무분별한 출입에 봉쇄됐던 센터 내 미술관 전용 통로도 다시 개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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