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신윤하 박혜연 김민수 권진영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이 21일 갑작스럽게 알려지자 시민들은 "가장 취약하고 외면받는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톨릭 교회의 문을 열어주신 교황님의 발자국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애도를 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케빈 패럴 추기경은 이날 바티칸TV를 통해 "오전 7시 35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발표했다.
2013년부터 12년간 가톨릭 신자들을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7시 35분 88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2월부터 기관지염을 앓다가 폐렴 진단을 받고 한 달 넘게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시민들은 전날(20일) 부활절 대축일에도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을 만나고 메시지를 전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가톨릭 신자인 30대 남성 김 모 씨는 선종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당장 어제 부활절 대축일 미사에도 나오신 분이었는데, 가톨릭 최대 축제의 바로 다음 날이라 더 당황스럽고 슬프다"며 "앞으로의 가톨릭교회도 그분이 걸어갔던 길처럼 교회가 품지 못한 교회 내외의 모두를 품고, 정말로 '보편적'(catholic)인 종교로 나아가는 분이 교황이 돼 프란치스코 교황의 업적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김 모 씨도 "어제 부활절이라 미사도 갔는데 깜짝 놀랐다"며 "조만간 명동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있으면 갈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가톨릭 신자인 하 모 씨(80)는 "나이도 있으시고 몸이 안 좋으신 건 알고 있었지만 돌아가셨다는 소식에는 놀라게 된다"며 "세계평화를 위해 힘쓴 좋은 교황님이셨고, 한국에도 방문하셨던 게 기억이 난다. 평화롭게 잠드셨길 바란다"고 했다.
시민들은 생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포용적인 교계를 지향하고 진보적 개혁에 앞장서 온 프란치스코 교황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 부부와 자녀를 가족으로 인정하는 '시민결합법'을 공개 지지했고,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말라며 "내가 어떻게 그를 단죄할 수 있겠냐" "성전환자도 다 같은 하느님의 자녀"라고 발언한 바 있다.
가톨릭 신자인 서 모 씨(31)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언제나 가장 취약하고 외면받는 이들과 함께했다"며 "교리를 이유로 배제되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어떤 방향이 교황의 뜻을 제대로 기억하는 방법인지 되새겨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학원생 윤 모 씨(30)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성소수자에 대해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진일보한 행보가 인상 깊었다"며 "가톨릭교 내에서도 개혁과 변화를 모색하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조 모 씨는 "영화 '콘클라베'가 개봉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정말로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며 "다른 교황에 비해 진보적이고 사회적인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많이 내서 정말 좋아했는데 마음이 아쉽다. 전 세계인이 슬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즉위 직후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억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한국을 찾았을 당시 매일 세월호 참사 유족을 위로하고, 미사를 집전해 화제가 됐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 지역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등과 함께 미사를 집전했다. 그는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가톨릭 모태신앙인 박인영(29) 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아프면서도, 분명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만나고 미사를 집전했던 교황님의 모습이 오랫동안 가슴 깊이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소수자의 편에 섰던 교황님의 발자국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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