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영남 지방을 휩쓸고 지나간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 두 달 전부터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경상·강원 지역의 산불 위험이 매우 높다고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1월 20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산불 발생위험 예측 결과 보고'를 발표했다.
국립산림연구원은 매달 장기 산불위험예보 모델을 통해 우리나라 12개 구역으로 나눠 각 지역의 산불위험도를 색깔로 나타낸다. 당시 자료를 보면 영남 지방 중에서도 산불 피해가 집중된 경북 안동·의성·청송 등 지역이 가장 높은 위험도를 의미하는 짙은 빨간색으로 표시됐다.
해당 모델은 지난 30여년간 축적한 산불 발생 데이터와 기상자료를 분석해 한 달 후의 산불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시스템으로, 국립산림연구원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전남대학교와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협업해 개발됐다.

국립산림연구원은 같은 달 21일 영남과 강원 지역의 산불위험도가 '높음' 단계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 원인으로 평소 겨울보다 훨씬 적게 내린 비를 꼽았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지난 1월 15일까지 경남과 경북 지역 누적 강수량은 각각 1.2㎜, 4.3㎜를 기록해 10년 평균 대비 2%와 12%에 불과했다. 전국 평균 강수량도 10년 평균 대비 27%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영남 지역에 유난히 적은 비가 내린 것이다.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영남 산불영향구역은 4만 8238ha로 서울 면적의 약 80%에 해당한다. 두 달 전부터 산불 위험이 높다는 걸 인지하고 예보도 내렸지만 화마가 커지는 상황을 예방하지 못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예측을 토대로 실제 산불을 예방하고 진화할 체계가 부재하다고 평가했다. 아무리 정교하게 예측해도 이를 뒷받침할 산불 예방·진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불이 발생해 어디로 확산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 시뮬레이션은 잘 맞는다"며 "숲 가꾸기, 조림(造林) 등의 대비를 지속하고 대응을 위한 소방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명예교수는 "국립산림과학원의 (산불) 예측은 대체로 맞는다"며 "중요한 건 예보를 한 뒤 그에 맞게 비상경계 태세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불 대응 과정에서 일원화되지 않은 지휘체계도 지적했다. 현재는 산림청이 산불 대응을 총괄하고, 인명 피해 우려 등 상황이 악화하면 소방청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윤 교수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하고 현장에서 소통하려면 제대로 될 리가 없다"며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과 비교해 국토가 좁고 도시화 비율도 높아 산불 대응 체계를 효율화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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