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국내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 보급한 고효율 쿡스토브 사업이 실제보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사업을 주관한 재단 측은 "국제 기준에 따라 정당하게 수행된 감축 활동"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22일 환경계에 따르면 기후·시민단체 플랜 1.5와 UC버클리 연구진, 카본마켓워치는 한국 기업들이 진행한 21개 쿡스토브 사업을 전수 조사한 결과, 감축 효과가 실제보다 평균 18.3배 과대 계상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업들이 고효율 조리 기구를 보급했다고 주장했지만, 현지 주민 대부분은 여전히 기존 재래식 조리도구를 함께 사용하고 있어 실제 감축량은 보고치보다 크게 낮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용률을 100%로 가정하거나, 병행 사용률을 4%로 축소 보고한 방식이 문제라는 분석이다. 실증 연구에 따르면 재래식 기구를 병행 사용하는 비율은 68%, 실제 사용률은 평균 52% 수준에 그쳤다.
한수연 플랜 1.5 활동가는 "허술한 산정이 배출권 거래에 이용돼 기업들이 이익을 얻었고, 한국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에도 불량 배출권이 반영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해당 사업을 주관한 기후변화센터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승인한 방법론(AMS-II.G)에 따라 국제 기준을 준수해 감축량을 산정했다"는 설명이다. WHO, FAO 등 국제기구의 통계를 바탕으로 사업국의 공식 자료와 병행해 정량화를 수행했고, 감축 효과 산정은 합법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기반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fNRB(비재생 바이오매스 비율) 등 산정 지표의 한계는 국제적으로도 지적되고 있으며, 현재 UNFCCC 및 ICVCM은 감축 산정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론 개편을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센터는 "과학적 기준 강화를 통한 개선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준 변경이 과거 활동의 전면적 오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기후변화센터는 쿡스토브 사업이 산림 훼손 방지와 연료비 절감, 여성과 아동 건강 개선,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감축량 확보를 넘어, 지역 사회 회복력 강화를 위한 통합적 기후 대응 모델이라는 것이다.
한편 유럽연합은 유사한 문제로 인해 쿡스토브 기반 배출권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이행에서 제외한 바 있다. EU 기업들이 감축 실효성이 낮은 배출권을 거래해 12년간 약 4조 9000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렸다는 보고도 나왔다.
국제 감축 사업의 신뢰성·정확성이 논란에 휩싸이며 한국 내 관련 제도와 법령 정비, 상쇄 배출권 활용 기준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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