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옥상에 식물을 심는 것만으로도 대구의 더운 도심 온도를 최대 0.9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온이 높고 습도가 낮을수록 온도 저감 효과는 더 커졌다.
17일 한국산학기술학회 등에 따르면 김재경 국립강릉원주대 환경조경학과 교수팀과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는 대구 서구 비산동 인동촌 일대를 대상으로 옥상녹화의 열섬 저감 효과를 정량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김 교수팀이 열섬 효과에 주목한 것은 대구가 대표적인 분지 지형으로, 여름철 폭염과 야간 고온 현상이 심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동촌 일대는 주거 밀집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기후변화에 취약한 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이 지역에 실제와 유사한 가상 도시 모델을 구축하고, 옥상녹화를 적용했을 때의 냉각 효과를 분석했다.
김 교수팀은 도심 기온을 낮추는 방법 중 하나로 '옥상녹화'를 선택해, 실제 도심 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컴퓨터상에서 만들어 실험했다. 옥상녹화란 말 그대로 건물 지붕에 식물을 심는 방식이다.
식물은 햇빛을 받을 때 물을 증발시키며 주변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데, 이 과정을 '증발산'이라고 부른다. 연구진은 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대구 인동촌 일대 약 8200㎡를 가상의 3차원 도시로 모델링하고, 다양한 기온과 습도 조건을 입력해 도시 전체 온도가 얼마나 낮아지는지를 확인했다.
실험은 대구의 여름철 기온과 상대습도 등을 토대로 총 56가지 조건으로 진행됐다. 기온은 33도부터 40도까지 1도 간격으로 8가지, 상대습도는 30%부터 90%까지 10% 간격으로 7가지로 설정됐다.
실험 결과 기온이 높고 습도가 낮을수록 온도 저감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가장 효과가 컸던 조건은 기온 40도, 습도 30%일 때로, 이때 도심 평균 온도는 옥상녹화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0.9도 낮아졌다.
반대로 같은 온도에서 습도가 90%일 경우에는 저감 효과가 0.68도에 그쳤다. 이는 식물의 증발산 효과가 공기 중 습도가 낮을수록 활발해진다는 원리와 관련이 있다.
반대로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은 조건에서는 효과가 줄어드는 경향도 확인됐다. 예를 들어, 기온이 33도일 때는 습도 30% 기준 온도 저감 효과가 약 0.62도였으나, 습도가 90%까지 올라가면 0.43도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 교수팀은 조건이 1도 높아질 때마다 온도 저감 효과가 약 0.03~0.04도씩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습도 역시 10% 증가할 때마다 냉각 효과가 0.03~0.04도씩 감소했다.
이러한 경향은 고온·건조한 환경일수록 옥상녹화의 효과가 커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식물이 물을 더 많이 증발시킬 수 있는 조건에서 주변 열을 더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식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 기온이 밤에도 떨어지지 않고 유지되는 경우가 많은 대구 같은 지역에서는 더욱 유용하다는 분석이다.
시뮬레이션은 전산유체역학(CFD) 기법을 활용해 진행됐다. 이를 위해 대구 인동촌의 건물, 도로, 공원, 옥상 등을 3차원으로 구현하고, 각각의 표면에 열과 습도의 영향을 다르게 설정해 도심 전체 기온 변화를 계산했다.
연구진은 옥상녹화 외에도 도심 내 녹지 공간 확대, 가로수 식재, 분수대와 같은 수경시설 등도 열섬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시설은 넓은 공간이 필요하거나 초기 설치비용이 크고 유지 관리가 어려운 단점도 있다. 반면 옥상녹화는 기존 건물 위에 적용할 수 있어 공간 활용 측면에서 유리하고, 주택 밀집지역에서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적합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팀은 이번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도심 폭염 대응 정책에 활용 가능한 기초 데이터를 제시했다. 특히 대구처럼 여름철 기온이 높고 주거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우선적으로 옥상녹화를 도입하고, 이후 기온과 습도 조건을 감안해 지역 맞춤형 전략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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