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덴마크 기상연구소 소속 기상학자 라스무스 톤보에는 엑스(X·옛 트위터)에 흥미로운 사진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썰매견들이 물 위를 달리는 모습이었다. 푸른 수면 위에서 썰매를 끄는 광경은 합성처럼 비현실적이면서도 신비로웠다. 그러나 이내 기후 변화가 초래할 현실을 떠올리게 하며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진은 북위 77.28도, 그린란드 북부 카나크 지역에서 촬영됐다. 얼음이 녹아 형성된 얕은 물 위를 개들이 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물의 깊이는 발목 정도에 불과했고, 그 아래에는 여전히 두꺼운 해빙층이 있었다. 하지만 강한 태양 빛이 수면을 반사하며 마치 바다처럼 보이게 했다.
이 사진은 극지방에서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는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해 북극 해빙은 역사상 7번째로 적었다. 미국 국립 빙설 데이터 센터(NSIDC)에 따르면 1981~2010년과 비교하면 미국의 알래스카주만 한 얼음이 사라진 셈이다. 남극에서는 빙상이 따뜻한 해수와 접촉해 급격히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해수면 상승을 가속하며 전 세계 해안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빙하 감소는 단순히 해수면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교란하고, 해양 순환을 변화시키며, 극지방과 중위도 지역의 기상 패턴에도 영향을 미친다.
빙하가 줄어들면 한국의 안전도 위협받는다. 북극 해빙의 감소로 인해 제트기류가 약화하면,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와 한반도에 한파를 가져올 수 있다. 극지방의 빙하 감소는 전 지구적 기후 시스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한반도의 기후와 안전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것이다.
썰매견들은 발목만 물에 잠긴 채 얼음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래 있는 얼음이 언제까지 버텨줄지는 알 수 없다. 내년에는 무릎까지, 언젠가는 썰매와 개들을 삼켜버릴 수도 있다. 기후 변화는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우리의 발밑을 무너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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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