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시민언론뉴탐사의 강진구 선임기자(더탐사 전 대표)와 박대용 기자가 총선 기간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태양광 사업 특혜' 의혹을 허위 보도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언론의 공적 감시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위험한 선례"라며 항소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현경)는 공직선거법 위반, 정보통신방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강 씨와 박 씨에게 각각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22대 총선을 21일 앞둔 2024년 3월 20일 뉴탐사 채널에 성 의원이 철새도래지인 충남 서산 천수만에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업부지 전용을 목표로 태양광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성 의원의 사촌 동생이 특혜를 봤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시했다.
성 의원이 2016년 7월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서산 간척지에 태양광 발전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고, 이를 위한 농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무렵 사촌 동생이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헐값에 태양광 발전사업 부지를 임차할 수 있도록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강 기자 등은 "여러 정황을 제시하며 정당한 의혹 제기에 해당하는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고 성 의원과 관련된 사실을 암시하지 않았다"며 "언론인으로서 유권자의 알 권리 등을 충족시키려 했을 뿐, 당선되지 못하게 하거나 비방할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근거가 박약한 일방적 의혹 제기에 해당해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정치적 기본권에 의해 보호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를 허용할 경우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해 선거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선거질서를 문란하게 할 위험이 크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방송 내용이 단순한 의견이나 평가가 아니라 간접적·우회적으로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방송 과정에서 사용한 '(태양광 사업의) 물꼬를 텄다', '총대를 멨다', '포문을 열어 줬다', '길을 닦았다'는 표현은 어떤 일의 원인이 되는 일을 했다는 비유로써, 듣는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사촌 동생에게 혜택을 줬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시간, 공간적으로 특정되는 과거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관한 것으로 증거에 의해 진실 여부를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며 "단순 의견 표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이 공표한 사실들은 허위이며, 피고인들은 당시 허위라는 점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성 의원이 예결위 발언 이후 농지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표결까지 2년 4개월 동안 법 개정을 위해 한 구체적 활동 자료가 발견되지 않고, 찬성 표결을 한 당시 야당 의원이 20여명 더 있었으며, 성 의원은 개정안 발의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혜 의혹의 근거로 '월 500만 원의 토지 임대료'를 내세웠지만 태양광 발전사업을 위한 시설 관련 비용 등에 대한 고려가 없었고, 임대료 외 비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언급하지 않은 점도 짚었다.
아울러 이들이 성 의원의 상대 후보자 지지율이 '오차 범위 안에 있다', '경합 중인 상태'라고 언급한 점으로 미루어 "방송이 특정 지역구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뉴탐사는 1심 판결에 불복, "언론의 공적 감시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위험한 선례"라며 지난 22일 항소했다.
뉴탐사는 "재판부가 언론인에게 검찰의 공소유지에 준하는 입증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 '허위사실'이라는 중대한 판단을 내리면서도 그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선거 기간 중에 이루어진 보도라는 이유만으로 낙선 목적을 추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판단"이라며 "더욱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서산 간척지 개발 과정의 진실과 특혜 의혹에 대한 추가 증거를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