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물의 위법성 판단기준은 수사와 재판 과정이 아닌 압수수색 시점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령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육군 대령으로 군 생활을 마친 A 씨는 군사기밀 취급 자격을 상실했음에도 자신의 주거지에 부대개편과 이전계획 기밀을 보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혐의를 포착한 군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두 차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A 씨 자택에서 군사기밀을 확보했다.
1차 영장은 다른 군 관계자 B 씨가 A 씨에 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였고, 2차는 A 씨가 전역 후에도 군사기밀 문건을 보관했다는 내용에 대한 것이었다.
A 씨는 1차 영장에 기재된 혐의는 B 씨의 기밀 누설에 관한 것으로 자신의 혐의와 무관해 증거 능력이 없고, 이에 따라 2차 영장도 효력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은 A 씨에 무죄를 선고했고 2심도 검찰 항소를 기각했다.
1차 영장 혐의와 기밀 문건의 생성·취득 경위에 관련성이 없으므로 '위법수집증거'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군 검찰이 1차 영장 집행 당시 확보한 문건을 A 씨에게 돌려주지 않고 보관하다가 2차 영장을 발부 받아 이를 확보했으므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도 봤다.
아울러 법원이 2차 영장을 발부하면서 1차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판단하지 않은 점도 참작했다.
상고심 쟁점은 1차 영장 혐의사실과 압수물 사이 관련성, 2차 압수의 적법 여부에 맞춰졌다.
대법원은 '정당한 압수물'이라며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대법은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물과 1차 영장이 관련성이 없다는 사실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파악된 것이며, 압수수색 당시에는 확인하기 힘들었다고 봤다.
부대개편 및 이전계획을 담은 압수물이 군사기밀 누설에 관한 내용으로 1차 영장 혐의사실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다.
게다가 압수물이 B 씨 혐의에 대한 간접·정황 증거일 뿐 아니라 자백의 진위를 파악할 보강 증거 성격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 영장이 적법하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2차 압수수색까지 압수물을 돌려주지 않아 위법이라는 A 씨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압수수색 영장 관련성 판단은 혐의사실 또는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에 직접 관련돼 있어야 하지만 범행 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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