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부동산 시장의 선행 지표로 통하는 거래량이 쪼그라들고 있지만, 집값은 다시 꿈틀대고 있다. 같이 가야 할 집값이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침체기 속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기보다는 버티기에 들어간 데다 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일 기준 총 2093건으로 집계됐다.
거래량은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줄어들었다. 직전 달에 9220건을 기록한 뒤 8월에는 6517건으로 급감했다. 이후로는 4개월 연속 3000건 대로 주저앉았다.
거래량은 보통 부동산 시장의 가늠자이자 선행지표로 통한다. 매수세가 받쳐주질 않으면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호황기이던 2019~2020년에는 거래량이 지금의 2배 이상인 5000~1만 건대에 달했다. 즉 거래량이 늘면 집값도 오르는 동조현상을 보인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이와는 다른 움직임이 감지된다. 그동안 하락세를 이어가던 서울 아파트값이 꿈틀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전주 대비 평균 0.02% 오르며 5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특히 △송파(0.09%→0.13%) △서초(0.03%→0.06%) △강남(0.01%→0.03%) 등 강남 3구 모두 상승 폭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집주인이 수요자들의 관망세에도 집주인들은 호가를 낮추지 않았던 데다가 이들 통계 간에는 다소 시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은 "일부 급매가 나오더라도 호가가 급격히 떨어지진 않는다"며 "거래량은 1~2달 전에 거래된 물건들로 현시점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지 않은 만큼 3월 거래량부터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거래량이 선행지표는 맞지만 다소 시차에서 차이가 있다"며 "주택가격 통계는 주간으로 나오다 보니 빠르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 거래량이 살아나는 분위기로, 서서히 반영될 것 같다"고 전했다.
강남 위주로 집값이 오르는 것은 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14일 "강남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이후 GBC 개발 계획으로 묶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해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가격을 무리하게 올리거나 거둬들이고 있어 매물 자체가 귀한 편"이라며 "최근 지방에서 온 투자자가 계약 직전에 집주인이 추가로 1억 원을 요구해 거래가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르면 이달 중 구체적인 토지거래허가제 조정·해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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