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이재명을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저입니다" "저만이 이재명의 거짓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가장 위험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지난 18일 국민의힘 비전대회에서 '이재명'이라는 이름이 언급된 횟수는 총 17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연상케 하는 표현까지 합하면 20번은 족히 넘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비전을 유권자에게 보여주는 자리에서다.
다음날(19일) 방송 토론에서도 여전히 '이재명'은 국민의힘 경선의 중심에 있었다. 각 주자는 이 후보의 주요 공약인 '전 국민 25만 원' 정책 비판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유권자들에게 '이재명 포비아(공포증)'을 심어 그의 비호감도를 한층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높은 비호감도로 인해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만큼, 더 때려보겠다는 계산이다.
핵심 지지층이 이미 이재명 후보에게 적대적인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구태여 많은 시간을 들여 이 후보를 비판하는 것이 전략으로 유효한지 의문이다. 모두가 '이재명 포비아' 전략을 전제로 깔고 있으니 후보 간 차별점도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이런 전략의 이면엔 이재명 후보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테다. 아무리 사법 리스크를 공격해도 그의 지지율은 좀처럼 변함이 없다. 오차 범위 안으로 추격하는 구(舊)여권 주자들도 없다. 중앙 정치 무대로 소환된 한덕수 권한대행도 크게 밀린다.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은 나쁘게 보면 '박스권'이고 좋게 보면 '철옹성'이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답답해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와 유의미한 경쟁을 하고 싶다면 유권자를 '이재명 포비아'에 묶어 두려는 시도는 그만둬야 한다.
중도층조차 이미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은 더이상 '포비아'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포비아'에 매달리는 것은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없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 후보 선호도를 묻는 말에 '유보'라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26%로 나왔다. 대선이 코 앞에 다가왔음에도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정하지 못한 이들이다.
이들을 붙잡을 수 있는 답은 간명하다. 더 미래지향적이고, 신선하고, 확실한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당장 눈앞의 관세 리스크로 중소기업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해있다. 경제성장을 이끌던 반도체·자동차가 흔들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은 '집단 자살 사회'라는 오명을 낳았다. 대선 주자들이 답을 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당 안팎에선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보다 더 '쎈' 공약을 꺼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보수정당의 가치를 버리자는 게 아니라, 그 정도로 절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40% 가까운 유권자 지지를 받는 거대 정당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포비아'를 극복할 대안 즉, 국민의힘만의 비전을 보고 싶어하는 국민이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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