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란히 2022년 대선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내부 갈등 완화에 나섰다. 최근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비방전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갈등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메시지를 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최근 한겨레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가 탄생한 데 대해 가장 큰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패배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크다"며 "정권을 잘 넘겨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이는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과 친명 사이에서 여전히 이어지는 정권 교체 책임론을 자신의 선에서 마무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문재인 정부 시절의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것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 가장 단초가 되는 일이기에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켰다는 것에 대해 우리 정부(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물론, 내가 제일 큰 책임이 있다"며 "그에 대해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민주당 내 대선 패배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친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친문계가 어느 한쪽을 지지하기보다는 당의 결속을 우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 역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는 2022년 대선 패배 직후에도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발언을 했지만, 당 내홍이 격화되는 최근 시점에서 다시 한번 "대선 패배의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1일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지난 대선에서 패한 데 제일 큰 책임은 제게 있다"며 "저의 부족함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패배) 책임을 부정한 일이 없다"며 "그 책임 때문에 지금까지 목숨 걸고 살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도 3년 전 대선 패배 책임을 놓고 최근 야권 내 계파 간 갈등이 펼쳐지자 이를 진화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격화되는 계파 갈등 속 두 수장의 발언에 갈등이 봉합되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이를 일시적 휴전 상태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향후 조기 대선 일정이 구체화될수록 야권 잠룡들이 하나둘씩 등장할 것인데, 이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과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나아가 친명계가 향후 조기 대선 가능성에 따라 이 대표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명계의 대응 여부에 따라 갈등 수위도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명계가 이 대표에 대적할 만한 후보를 내세우지 못할 경우, 친명계의 목소리를 누를 명분이 사라진다는 시각이다.
다만 이 대표가 최근 '우클릭 행보'라는 지적을 들을 정도로 좌우를 가리지 않고 '통합 메시지'를 던지는 만큼 향후 계파 갈등에 대한 진화도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차기 대선과 관련해 "이번 대선에서 누가 이기는가는 다음 문제"라며 "'이기냐, 지냐'가 제일 중요하다.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보수 아닌 보수 집단이 재집권하면 이는 카오스"라고 강조했다.
이어 "(차기 대선에) 모두의 목숨, 나라의 운명이 걸려 있다"며 "여기서 사적 이익을 챙겨서 '내가 아니면 안 돼' '져도 상관없어' 이런 생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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