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의 고위급 접촉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양측이 종전을 고려한 사안들을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당장은 선명한 의제 없이 양국 관계의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한 만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리히용 당 비서 겸 정치국 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당 대표단이 전날인 24일 러시아로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방문이 러시아 정당인 통일러시아(통합러시아) 지도부의 초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대표단은 작년 2월에도 러시아를 방문했는데, 당시 단장은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정치국 위원이 단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만남의 격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문은 외교단사업국 대표단이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약 일주일간 러시아를 방문한 사실도 보도한 바 있다.
이같이 우크라전 종전 논의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북러 간 고위급 접촉이 이어지는 것을 두고, 양측이 포로 신병 처리 문제 등을 논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 병사들이 한국 송환 의사를 밝힌 직후인 만큼 북한이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러시아 측과 송환 방지책을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로 직접 향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총장은 "리히용 당 비서의 이번 방러는 양국 간 통상적인 당 교류의 일환으로 보인다"면서도 "그의 북한 내 지위와 외교 담당인 김성남 국제부장이 동행한 점을 생각하면 우크라 전쟁 관련 논의가 포함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양국이 작년 6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은 이후 고위급 만남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방러 역시 실질적인 논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관계 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크라전을 계기로 밀착하게 된 러시아와 북한이 종전 이후 자연스레 멀어질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예상을 의식해 '보여주기'식 만남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현재 미국이 러시아를 끌어당기는 형태로 종전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간 반미를 외치며 신냉전 구도를 형성하려고 한 북한은 상당히 착잡한 상황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여전히 러시아와 사이가 각별하다는 걸 과시하고 확인받기 위해 고위급 교류를 이어가고 싶어 할 것이고, 러시아 역시 북한을 신경 써주고 있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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