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평화, 무궁화, 형제, 수정, 진주' 한때 주를 이뤘던 청주지역 아파트 이름이 외래어, 합성어에 밀려 이제는 유물로 남게 됐다.
입에 붙기 어려울 정도로 아파트 이름을 생소하게 만든 이유가 시어머니 등 시댁 식구들이 찾아오기 어렵게 하려는 의도라는 우스갯소리에 맞장구가 쳐질 정도로 한글이 실종된 상황이다.
청주지역에는 주택법에 근거해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받아 준공한 아파트 총 587개 단지(도시형생활주택 포함)가 있다.
청주시에서 집계한 지역 공동주택현황 자료(9월 기준)를 분석하면 가장 먼저 등장한 아파트는 흥덕구 사창동 '조양아파트'로 1978년 12월8일 준공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21일 사창동에 '서울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했다.
준공 기준으로 두 아파트가 청주에서 가장 오래됐다. 다음 해는 사창동에 '청우아파트', 수곡동에 '모란아파트'가 들어섰고, 그다음 해는 '평화아파트', '삼영아파트', '이화아파트'가 속속 준공했다.
1980~90년대 청주에 문을 연 아파트 이름은 '평화' '무궁화' '무지개' '장미' '수정' '형제' '진주'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한글 또는 한자어다.
별도의 명칭을 부여하지 않은 곳은 건설사나 읍·면·동 이름을 앞에 붙여 '현대아파트' 또는 '용암형석아파트' 식으로 정했다.
그랬던 아파트 이름이 2000년대부터는 외래어나 외국어, 아니면 여러 가지를 갖다 붙여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합성어로 도배하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한글이나 한자를 사용한 아파트는 있었지만, 2015년 이후부터는 '센트럴' '시티프라디움' '블루지움' '스타힐스' '아이유쉘' '베르힐' '풀하우스' '힐즈파크' '원더라움' 등 한글이 전멸했을 정도다.
올해 준공 승인이 난 '가경아이파크5단지' '오송역 대광로제비앙' '오송역 파라곤 센트럴시티'만 보더라도 한글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지난 7월 준공한 오송읍 '제일풍경채'만 한자와 한글을 합친 이름이다.

대형 건설사나 중견 업체도 모두 자신들 상표로 아파트를 짓다 보니 한글은 더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 향토 건설업체도 마찬가지다. 대원건설은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다는 의미의 '칸다빌', 원건설은 독일의 도시 이름을 딴 '힐데스하임', 두진건설은 'Heart'와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Rium'을 합쳐 '하트리움'이다. 한국주택토지공사 역시 '주공'이란 명칭을 '휴먼시아' '안단테'로 바꿨다.
건설사 상표뿐만 아니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단지 주변에 호수가 있다면 '레이크', 강이나 하천이 있으면 '리버', 공원이 있으면 '파크', 숲이 있으면 '포레스트', 학교·학원 여건이 좋으면 '에듀'를 갖다 붙인다. 다만 바다 없는 마을로 불리는 충북에서는 '오션'을 사용한 아파트는 단 한 곳도 없다.
한 아파트 시행사 관계자는 "단지 명칭은 인지도 때문에 모두 건설사에서 만든 상표를 사용하거나 자신들이 상황에 맞게 정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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