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별거 중인 아내와 양육 갈등을 빚던 중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격분해 무차별 폭행한 3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이은혜 부장판사)는 23일 살인,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38)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징역 15년)을 깨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12일 밤 강릉에서 아내 B 씨에게 “네가 보육원에 애들을 맡겨놓고 바람피우는 게 말이 되냐?”고 소리치며 주먹으로 때리고, 이어 양손으로 머리를 잡아 아스팔트 바닥에 내리치고, 바닥에 쓰러진 B 씨의 머리를 발로 강하게 7회 밟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일로 인해 B 씨는 한달여 뒤 머리부위 둔력 손상에 따른 뇌 손상으로 숨졌다.
조사 결과 A 씨는 B 씨가 다른 남자와 차에서 내려 팔짱을 끼는 것을 보고 극도로 분노하게 된 나머지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이전부터 자녀 양육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고, 지난해 2월11일 B 씨가 집을 나가면서 A 씨는 혼자 2명의 자녀를 양육해 왔다.
같은 해 3월 9일에는 A 씨가 자녀들을 B 씨의 직장으로 찾아가게 한 문제로, B 씨는 ‘A 씨가 아동을 유기했다’는 취지로 112신고를 여러 차례 하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1·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을 맡은 강릉지원은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범행의 결과 역시 심히 중대하다.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에 불복한 피고인과 검찰 측은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2심은 “수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에서 10년이 넘는 기간 부부로 지내왔던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받은 신체적, 정신적 충격과 고통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친부에 의해 친모를 잃고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어린 자녀들이 앞으로 겪게 될 괴로움과 난관은 평생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의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점, 우발적으로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 자녀들을 위해 뒤늦게나마 노력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량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인다”며 형량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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