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월=뉴스1) 신관호 기자 = 법원이 장기미제사건으로 분류돼왔던 '2004년 강원 영월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6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을 선고(뉴스1 2월 20일 보도)한 가운데, 그간 혐의를 부인해온 그 남성이 선고 하루 만에 항소했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지법 영월지원 제1형사부(이민형 부장판사)는 전날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선 A 씨(60)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작년 7월 구속 기소된 후 그해 12월 보석으로 석방됐던 A 씨는 선고와 함께 그 보석 결정이 취소돼 다시 수감됐다.
이후 A 씨는 법원에 항소했다. 법원은 21일 A 씨가 제출한 항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초 구형대로 1심의 형이 선고된 만큼, 현재 항소계획이 없는 상태며, 현재까지 A 씨의 구체적인 항소 이유는 전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A 씨는 2004년 8월 9일 오후 3시쯤 영월군 영월읍 소재 한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간사 B 씨(당시 40)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시 B씨는 십 수 차례 흉기에 찔린 등의 흔적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당시 경찰이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장기 미제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검찰은 과학수사 등으로 A 씨를 사건 피의자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사건 발생 몇 달 전 A 씨와 교제했던 여성 C 씨가 B 씨와 사귀는 등 치정 문제로 인해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봤다.

반면 A 씨와 그의 변호인은 '사건 당시 영월군 김삿갓면 한 계곡에서 가족 등과 휴가를 보내고 있었고 범행 현장을 찾은 적이 없다'며 '사건 발생 시간대엔 계곡에서 사진을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등 '짜 맞추기 식 수사'라며 검찰과 신경전을 벌였다.
재판부는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범행현장에 남겨진 동일 신발에 의한 다수 족적과 피해자 혈흔의 각각 위치, 형태, 순서 등 복합적 분석에 의해 족적을 남긴 사람이 살인범으로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당시 신은 샌들은 범행현장 족적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의 교제 중인 여성에 대한 강한 집착과 여성(C 씨)의 내연관계 고백으로 유발된 분노와 적개심,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수집하고 행적을 염탐한 내역, C 씨가 피고인과의 이별 통보 이후 이 사건 범행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잔혹한 살인 수법, 계획적 범행으로 의심되는 정황 등은 치정과 같이 강한 원한이 수반된 범행동기를 암시한다"며 "피고인의 알리바이(사진)는 디지털카메라 설정 값 변경으로 촬영일시 조작이 가능하고, 추정 범행시각 전후 피고인이 계곡을 벗어난 지역에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기지국 통신내역 등 객관적 자료에 비춰 온전히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의 생명존중에 대한 건전한 법 감정, 잔악한 범죄에 무관용으로 맞서 법치주의가 온전히 구현되고, 침탈된 권리와 질서가 다소나마 회복되길 바라는 사회적 염원 등을 고려해 영구적 격리조치가 수반된 무기징역형의 선고가 합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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