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월=뉴스1) 신관호 기자 = 법원이 '2004년 강원 영월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5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간 검찰은 '치정에 얽힌 범행'을, 그 남성 측은 '짜 맞추기 식 수사'를 각각 주장하며 팽팽한 법정 신경전을 벌였는데,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다.
2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지법 영월지원 제1형사부(지원장 이민형)는 이날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60)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보석결정도 취소했다. A 씨는 작년 7월 구속 기소된 후 구속만료를 앞두고 법원에 보석을 신청해 허가받아 작년 12월 석방된 바 있다.
A 씨는 2004년 8월 9일쯤 영월군 영월읍 소재 한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간사 B 씨(당시 40)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시 B씨는 십 수 차례 흉기에 찔린 등의 흔적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당시 경찰이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장기 미제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검찰은 과학수사 등으로 A 씨를 사건 피의자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 사건 발생 몇 달 전 A 씨와 교제했던 여성 C 씨가 B 씨와 사귀는 등 이성 문제로 인해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봤다.
반면 A 씨와 그의 변호인은 '사건 당시 영월군 김삿갓면 한 계곡에서 가족 등과 휴가를 보내고 있었고 범행 현장을 찾은 적이 없다'며 '사건 발생 시간대엔 계곡에서 사진을 촬영했다'고 주장하면서 검찰과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구형한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교제 중인 여성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였고, C 씨의 내연관계 고백으로 B 씨에게 강한 분노와 적개심을 가졌으며, B씨 인적사항을 은밀히 수집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엔 동일한 신발에 의한 다수의 족적과 피해자 혈흔이 다수 발견됐고, 그런 족적과 혈흔의 각각 위치와 형태 순서 등을 분석해보면 그 족적을 남긴 사람이 곧 살인범으로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당시 신고 있던 밤색 샌들은 범행현장의 족적과 문양, 마모정도, 손상 흔 등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고인은 샌들을 벗지 않았다고 한 적 있다. 제3자가 범행했을 확률은 희박해보이고, 우연히 일치할 확률은 0에 가깝다"며 "피고인이 주장한 알리바이(사진)와 관련한 디지털카메라는 설정 값 변경으로 촬영일시 조작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인 2004년 기준 유기징역형의 상한은 15년이나, 그 최상단의 양형을 선택해도 잔혹한 범행수법과 피해자의 고통에 상응하는 수준의 처벌적합성을 충족할 수 없다"며 "우리 사회의 생명존중에 대한 건전한 법 감정 등 피고인에 대해 영구적 격리조치가 수반된 무기징역형의 선고가 합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날 선고결과를 본 B 씨의 유족은 "형님이 너무 참혹하게 돌아가셨다. 너무 억울하고 힘들는데, 재판부가 단죄했다. 형님이 편히 눈 감으셨으면 좋겠다"며 "두 번 다시 이 사회에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kh8812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