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제2의 삶을 살게 해준 '테니스'…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박희국씨, 18년간 장애인테니스 선수 활동

휠체어 테니스 박희국 선수 ⓒ News1 유경석 기자
휠체어 테니스 박희국 선수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뉴스1) 장수인 신준수 기자 = "제2의 삶을 살게 해준 게 테니스예요.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행복하게 운동하길 소망합니다."

휠체어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는 박희국(65) 씨가 앞으로의 소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환하게 웃으며 한 말이다.

제45회 장애인의 날을 앞둔 지난 18일 전북 전주시의 완산생활체육공원 테니스장에서 박 씨를 만났다. 박 씨는 뙤약볕에서도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며 동료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하고 있었다.

휠체어를 탄 상태지만 테니스 코트 위에 서 있는 박 씨는 누구보다 빨랐다. 공에 시선을 고정한 그의 눈빛 또한 그 어느 선수보다 진지했다.

박 씨가 휠체어테니스 선수로 활약하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공무원으로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그는 36세 나이였던 지난 1996년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박 씨는 배꼽 밑 모든 신경이 마비됐고 지체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하루아침에 삶이 무너진 박 씨는 이후 10년 동안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았다. 1주일에 딱 한 번 교회를 가는 것 외에는 외출도 하지 않았다.

사고 전 그는 퇴근 후 매일 테니스를 쳤다. 일반인 테니스선수로 도민체전에 나가 전국 5위 안에 들었던 실력자였다. 그러나 불행한 사고로 그의 테니스 사랑도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본문 이미지 - 휠체어 테니스 박희국 선수 ⓒ News1 유경석 기자
휠체어 테니스 박희국 선수 ⓒ News1 유경석 기자

10년여간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박 씨에게 휠체어 테니스를 제안한 사람은 아내였다.

우연히 밥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휠체어 탄 사람들이 테니스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본 그의 아내는 남편에게 휠체어 테니스를 제안했다.

그렇게 박 씨는 휠체어 테니스를 시작했다. 2007년 테니스 코트에 선 박 씨는 2008년부터 매년 전국체전 선수로 출전했다. 은·동메달 등 6번의 수상을 기록하는 등 실력도 수준급이다. 지금은 도내 7명의 휠체어테니스 선수 중 에이스로 동료들을 밝은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역할도 하고 있다.

박 씨는 "아내가 매일 희망과 용기를 주려고 '공부해라 뭐해라' 여러 제안을 했지만 다 싫었다"면서 "하지만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었던 건 '테니스' 하나였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사고 후 10년이 지난 47살쯤 테니스를 시작했으니까 '내가 1년만 집에 있다가 더 일찍 나왔더라면 국가대표로 활동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늦게 시작하다 보니 체력에 한계가 있다"고도 말했다.

박 씨는 "가장 힘든 것은 통증 때문에 지금도 진통제를 하루에 4번 먹다 보니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어 하루 4시간밖에 못 자는 건데, 만약 지금도 테니스를 안 치고 집에 있었다면 우울증도 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테니스는 박 씨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힘이 됐다. 2019년 전국장애인체육진흥회를 통해 직장을 갖게 된 그는 운동도 하고 직장인으로서 월급도 받게 됐다.

본문 이미지 - 휠체어 테니스 박희국 선수 ⓒ News1 유경석 기자
휠체어 테니스 박희국 선수 ⓒ News1 유경석 기자

박 씨는 "예전에 사고 나기 전에는 테니스 때문에 아내와 자주 다퉜었는데 이제는 '남편이 테니스하더니 직장에서 돈도 벌고 너무 좋다'고 말해줘 서로에게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제가 처음 테니스를 시작했을 땐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체계가 잘 잡혀서 지원도 잘 이뤄지고 있다.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도자가 없는 것"이라면서 "타 시도에도 거의 다 지도자가 있는데 우리는 동계나 하계 훈련 때를 제외하고는 선수들끼리 직접 코치해 주는 게 전부다 보니 주 4일 정도 우리와 함께해줄 지도자를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사고로 고통을 겪는 많은 분이 집에만 있지 말고, 저처럼 이렇게 나와 같이 테니스를 치면서 행복하게 운동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전북장애인테니스협회에 소속된 선수는 모두 9명으로, 이들은 매년 부산과 대구·서울에서 개최되는 국제대회와 충주·대구·용인 등에서 열리는 어울림배와 전국체전 등에 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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