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박준배 전원 김동수 기자 = 민족 대명절 설 연휴 기간 야권 심장부인 광주·전남 지역의 민심은 '극도의 불안'과 '안정', '회복'을 바라는 목소리가 뒤섞였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 가운데 연휴 기간 지역구를 찾은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탄핵 인용'과 '조기 대선 승리', '민생 안정'이 민심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인 양부남 의원(광주 서구을)은 30일 뉴스1과 통화에서 "지난해 추석과 이번 설 민심의 공통점은 민생을 살려달라는 것인데, 확연히 다른 건 '빨리 윤석열을 파면시켜 달라'는 것이었다"며 "'왜 윤석열을 빨리 구속해 유죄 판결을 내리지 않고 파면시키지 않느냐'는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양 위원장은 "민주당이 헌법 재판 기관도 아니고 수사기관도 아니지만 시민들은 민주당이 노력하면 될 줄 알고 계셨다"며 "시민이 기대한 것보다 속도가 늦다는 데 대한 불안이 컸다"고 말했다.
전진숙 의원(광주 북구을)도 "며칠 전 윤 대통령이 구속 기소돼 다행이지만 만나는 시민들 모두 '정말 윤석열 탄핵할 수 있느냐' '민주당이 힘내서 반드시 탄핵해달라'는 말씀이 많았다"며 "윤 대통령이 구속되고 나서도 반동이 심하다 보니 시민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큰 것 같았다"고 전했다.
박지원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민주당과 야당에 192석이나 줬는데도 왜 아직도 윤석열을 끌어내리지 못하고 있느냐, 헌법재판소는 뭐 하고 있느냐, 민주당이 해야 할 것 아니냐는 질타가 많았다"며 "빨리 탄핵하고 처벌하라는 민심의 불안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등 야권에 대한 지지세가 높다. 특히 80년 5월 비상계엄과 계엄군의 총칼에 수많은 시민이 희생당한 '계엄의 상처'를 간직한 광주는 이번 내란 사태에 거부감이 강해 '윤석열 탄핵' 민심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체포는 더디게 진행됐다. 탄핵소추안은 한 차례 폐기된 뒤 2차 표결에서 가까스로 가결됐고 윤 대통령 체포도 1차 집행 무산 후 2차에서 집행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 대통령을 체포하고도 대통령의 조사 거부로 첫 날 한 차례 수사 이후 피의자 조서도 받지 못했다. 검찰의 수사 기간 연장도 무산됐고 결국 구속 기소했으나 '윤석열 탄핵' 여론이 높은 광주·전남민들의 입장에선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은 '불안감'이 크지만 결국은 '안정과 회복'을 바라는 염원이라고 분석했다.
민 의원은 "시민들을 만나면 '애썼다' '고생한다'는 칭찬을 우선 해주셨지만 '불안함'도 컸다"며 "빨리 좀 윤석열을 파면하고 끝내서 정국을 안정시켜야지 못 하고 있느냐는 원성이 많았다"고 전했다.
'내란' 사태에도 최근 정당 지지도에서 '내란'에 동조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르면서 의아해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전진숙 의원은 "일부 여론조사 결과처럼 국민의힘이 앞선다는 민심이 사실이냐고 묻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며 "현재 여러 여론조사의 허점에 대해 설명하면 이해하시지만 결국 정권 안 바뀌고 윤석열 다시 복귀 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과 그래서는 안 된다는 당부가 컸다"고 전했다.
양부남 의원은 "국민 대다수가 국민의힘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지지율이 뒤집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냐는 의견도 있었다"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이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데 앞으로 제대로 여론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하면 대부분 이해하셨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한 가운데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도 일부 나왔다. 하지만 대체로 광주·전남 시도민은 이 대표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민형배 의원은 "(이재명 대표로 대선에서) 괜찮을까 하는 정도의 의견은 있었으나 이 대표에 대한 얘기는 많지 않았다"며 "이 대표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믿음과 지지세가 굳건했다"고 전했다.
박지원 의원도 "(이 대표 흔들기는) 걱정 안 한다. 그래도 이재명이다. 물리적으로 조기 대선까지 100일밖에 남지 않았다. 헌재 결정 나면 60일 뒤 대선인데 전당대회 하면 이재명 대표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기화한 경기침체에 민생이 파탄 나면서 '힘들다'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왔으나 파탄난 민생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정국 안정이 우선이라는 걸 시민들은 알고 있다고 했다.
민형배 의원은 "시민들은 '제발 너무 힘들다', '이 상황을 벗어나자'는 하소연을 많이 하셨지만, 우리 사회 불안의 핵심은 윤석열 리스크라는 걸 알고 계셨다"며 "빨리 정국을 안정시켜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인 주철현 의원(전남 여수시갑)은 "명절 기간 민생경제 회복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며 "12·3 내란사태에 따른 정국 불안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서민경제, 골목상권에 큰 타격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조기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호남 중심의 4기 민주정권 창출을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함께 힘차게 전진하는 새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문수 민주당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도 "'먹고 살기 팍팍하다', '경제에 신경 좀 써달라' 등 많은 분들께서 당부를 해주셨다"며 "차갑게 얻어붙은 민주주의와 민생경제를 살리고 순천시민과 국민 여러분이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서삼석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은 "윤석열을 당장 끌어내리라는 주문이 쇄도했다"며 "시민들은 먹고살기도 힘들지만 자신의 처지보다 나라의 안정을 크게 걱정하셨다"고 전했다.
또 "정치 뉴스에 파묻힌 농업, 민생 등에 대한 분노가 표출됐다. 거부당한 농업 4법을 반드시 통과시켜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긴 연휴로 지역의 양극화 또한 극명하게 드러나 설렘도 기대도 없는 초라한 명절 느낌이 컸다"며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고 나는 어떤 답을 써내야 할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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