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ㆍ충남=뉴스1) 박찬수 기자 = 의성발(發) 대형 산불 확산이 일주일째에 접어들면서 임도 문제가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처럼 대형 산불이 동시 다발 발생했을 때나 산세가 험한데다 임도가 부족해 지상 진화인력 접근이 어려운 경우에는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임도 개설 여부가 이번 울산 울주군 언양읍 산불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임도가 정상까지 개설된 언양읍 화장산 산불이 발생 20시간 만에 진화된 반면 온양읍 대운산 산불을 잡는데 5일이상 걸리는 등 애를 먹었다.
대운산은 산세가 험하고 임도 개설도 미미해 고성능 산불진화차와 같은 장비가 접근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임도 개설여부에 따라 진화의 명암이 엇갈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3월 8일 경남 합천에서 발생한 산불은 초기 강한 바람이 불어 급속히 확산했으나, 야간에 임도를 통해 인력이 들어가 밤샘 진화작업을 벌인 결과, 일몰 시 35%에 불과하던 진화율을 다음날 오전 5시에는 92%까지 끌어올려 조기 진화할 수 있었다.
같은 달 11일 경남 하동 지리산 국립공원 자락에서 발생한 산불은 임도가 없어 인력 접근이 매우 어려웠고, 밤이 깊어지면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 오후 10시 30분 진화인력이 모두 철수했다. 다음 날 아침까지 산불이 타들어가는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22년에는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숲에 산불이 났을 때도 2020년에 설치된 산불진화임도 덕분에 200~500년 된 금강소나무 8만 5000여 그루를 지킬 수 있었다.
2024년 말 현재 우리나라 산림 629만ha에 설치된 임도의 밀도는 4.25m/ha다. 국유림 임도밀도는 5.50m/ha, 사유림은 3.81m/ha다. 산림선진국인 독일(54m/ha)의 1/14, 일본(23.5m/ha)의 1/6 수준에 그친다.
경북 2.86, 경남 4.59, 울산 2.99m/ha 등 이번 대형산불이 발생했던 시도 임도밀도는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임도설치에 여러 제약이 따르는 국립공원 지역의 임도밀도는 2023년 기준 0.16m/ha다.
산림청은 2027년까지 산불발생 위험이 높은 동해안 지역에 산불진화임도 700㎞ 포함 총 3332㎞의 임도를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산불진화임도는 일반 임도보다 폭이 넓어 통행속도가 기존 20㎞/h에서 40㎞/h로 두 배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산불진화용 물을 공급하는 취수장과 산불진화차 등 진화자원이 투입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있어 산불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핵심시설이다.
특히 산불진화헬기가 투입될 수 없는 야간 산불진화에 필수적인 시설로 임도 설치 유무에 따라 진화효율이 약 5배가량 차이가 난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을 공중과 지상에서 입체적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지상인력이 진입할 수 있는 산불진화임도 확충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공중과 지상에서 입체적인 산불진화를 위해 적재적소에 재난대응시설을 갖춰나가겠다”고 말했다.

pcs42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