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박장범 신임 KBS 사장이 임기를 시작하며 "엄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얘기했다.
10일 박장범 신임 KBS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지난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로 민주주의 질서와 헌법 가치는 위협받았다"라며 "국정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엄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이 자리에 섰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KBS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강조하면서 "시청자이자 주권자인 국민은 공영방송을 향해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의 가치를 방송의 영역에서 충실히 수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저는 어떠한 권력이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KBS의 주인인 국민만 바라보면서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점을 약속한다"라고 말했다.
박 신임 사장은 또한 "공영방송이란 네 글자에 담긴 신뢰와 공정, 품격, 그리고 정치적 독립을 지켜내겠다"라며 "이러한 가치를 훼손하는 어떠한 도전에도 양보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박 신임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이후 탄핵 정국을 언급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보도와 방송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KBS 구성원들에게는 "앞으로 능력 중심의 인사를 통해서 일 중심의 조직을 만들겠다"라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박 신임 사장은 "정파적이고 편향적인 인사, 보복성 인사나 징계, 편 가르기와 줄서기 문화는 이제 KBS에서 사라져야 한다"라며 "일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공정한 인사를 통해 더 나은 방송 콘텐츠를 만들어 내겠다"라고 전했다.
수신료 문제에 대해서도 "수신료 분리 고지 이후 초래된 새로운 수신료 환경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면서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수신료 관련 입법 논의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신임 사장은 "정치적 변화기 때마다 되풀이 되었던 조직 내 집단주의적 충돌과 갈등, 그 결과로 뿌리내린 극단적 개인주의와 냉소를 극복해 내겠다"라며 "협업을 통해 나타나는 성과와 보람을 되찾기 위해서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 신임 사장은 KBS 내 다수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 본부노조)와 KBS 구성원들의 저지 속에서 오전 8시 30분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일정을 생략하고 새벽 4시께 출근했다.
이런 과정 속 이날 오전 10시 예정됐던 취임식을 취소하고 사내 게시판을 통해 녹화된 영상을 송출하는 형식으로 취임식을 대신했다.
KBS 본부노조는 이날 박장범 신임 사장 거부와 공영방송 사수, 단체협약 쟁취 등을 내걸고 하루 파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다만 KBS 사측은 "쟁의행위는 그 목적·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어서는 안 되며, 회사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는 형태로 실시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파업에 반발하고 있다.
한편 박장범 사장은 10일부터 3년 간의 사장 업무에 돌입했다. 박 사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2027년 12월 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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