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겹 회화' 시리즈를 주로 선보여 온 작가 장승택의 개인전 '겹 회화: 거의 푸르른(Layered Painting: Almost Blue)'이 학고재에서 5월 17일까지 개최되어 푸른색을 중심으로 한 회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장승택은 색채의 물질성과 깊이를 탐구하고, 색면 회화의 개념을 확장하는 작업을 지속해 온 작가다. 특히 그의 '겹 회화' 시리즈는 색의 중첩과 투명성을 활용해 새로운 회화적 가능성을 실험한다. 또한, 색을 감각적이고 공간적인 의미로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작가는 원색의 한계를 넘어 다채로운 색감을 구현하는 개념적 색면 회화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리고 어둠이 내리면 색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라는 주제를 통해 푸른색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소멸에 대한 두려움과 신비로움을 이야기한다.

그의 작업은 색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대형 붓을 사용해 아크릴 물감과 특수 미디엄을 혼합한 안료를 얇게 칠하고, 이를 수십 번 반복하면서 화면을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색은 단순히 덧입혀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반응하며 예상치 못한 색채적 변화를 만들어낸다.
특정한 색은 화면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미묘한 흔적을 남긴다. 중첩된 색의 층들이 유기적인 흐름을 형성한다. 이는 마치 인간의 삶 속에서 다양한 경험과 기억, 감정이 켜켜이 쌓이고 흩어지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장승택은 자신의 작업에 대해 "삶에 대한 생각과 태도의 변화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라며 "색의 조합을 넘어서 존재와 기억, 그리고 시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색을 통해 존재와 인식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목적을 둔다"고 설명했다.

장승택의 작품은 단순히 색을 감상하는 행위를 넘어, 색이 지닌 깊이를 온전히 체험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시간의 흔적을 느끼고, 내면의 감정과 마주하며, 색이 지닌 본질적인 힘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장승택은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와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 회화과를 졸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학교, 명지대학교 등 국내 주요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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