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이진우 작가가 오랜 시간 연구해 온 물과 존재의 순환에 대한 탐구를 집약한 전시를 선보인다. 그의 개인전 '네 번째·물'(4ème·물, Quatrième·eau)이 4월 22일까지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개최된다.
이진우 작가는 한지, 숯, 먹 등 한국적인 재료를 활용해 독창적인 조형성과 행위성을 구축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드로잉과 설치 작품을 포함한 20여 점의 작업을 통해 '물과 생명의 흐름'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작가는 창작 과정에서 흙, 종이, 천, 숯을 주요 매체로 삼아 생성과 소멸, 변화와 순환이라는 생명의 흐름을 조형적으로 표현해 왔다. 흙은 물을 머금으며 생명을 틔우고, 종이는 물과 만나 흐트러지고 사라지며, 천은 물을 흡수한 뒤에도 형태를 유지하며 유연하게 변화한다. 그리고 숯은 불을 거쳐 탄생하고, 물과 만나 정화된다.
이번 전시는 1985년 독일 슈타인푸르트에서 발표한 전시에서 시작된 '네 번째 물'에 대한 탐구를 확장한 기획이다. 당시 작가는 메마른 땅에 내리는 비를 보며, 물이 흙을 적시고 부드럽게 변화시키는 순간을 '생성'(生)의 과정으로 바라봤다. 그는 전시장에 직접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물을 통한 생명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탐구한다. 숯 작업 위에 뿌려진 씨앗이 전시 기간 자연스럽게 움트고 소멸하는 모습을 통해 생명의 순환을 공간 속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진우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작품 '소'(甦, 깨어날 소)를 통해 불과 물을 매개로 변화하는 존재의 본질을 깊이 되새긴다. 한지를 한 겹씩 덮고 쇠솔로 두드리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숯을 통해 존재의 깊이를 사색한다. 불과 물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여지가 남는다. 이는 깊은 내면으로 향하는 생명의 탐구로 이어진다.
이진우 작가 "수십 번 한지를 덮고 비우는 과정에서 잡념과 생각을 내려놓으며 무한한 자유를 경험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도 심연의 바다나 하늘과 땅을 바라보는 듯한 묵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자연과 존재의 순환을 조형적으로 탐구하며, 물과 생명의 흐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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