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 30분이나 8시에 하는 콘서트는 양복 입고 와야 할 것 같은 공연이지만, 마티네는 오전에 시작하니 편안한 복장으로 마음 편히 즐기실 수 있는 공연입니다. 공부하고 오실 필요도 없습니다."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재미교포 2세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Danny Koo·34)는 마티네 콘서트를 앞두고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마티네는 낮에 펼쳐지는 공연으로, 아침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탱(matin)에서 유래했다.
대니 구는 오는 3월 20일을 시작으로 4월 17일, 5월 15일까지 '대니 구의 플레이리스트'란 제목으로 세 차례 공연을 갖는다. 모두 오전 11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달마다 공연의 테마는 다르다. 3월 20일 첫 번째 무대는 '시네마'를 테마로, 영화 속 명곡들을 선보인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 '여인의 향기' '미션 임파서블' OST 등 총 15곡을 들려준다.
두 번째 무대(4월 17일)의 주제는 '봄'.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과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봄' 등을 연주한다.
마지막 무대(5월 15일)는 '재즈'를 주제로 한다. 제럴드 마크스 & 세이무어 시몬스의 '나의 모든 것', 스팅 '뉴욕의 영국인', 칙 코리아의 '스페인' 등을 선보인다.

대니 구는 이번 공연의 콘셉트와 관련해 "내 스마트폰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긴 음악을 살펴보니 여러 장르가 있더라, 클래식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관객에게 선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팬들에게 '클래식계 아이돌'로 불린다. 이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처음엔 내가 1991년생인데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게 민망했지만, '아이돌'이라는 호칭은 그 시대에 팬 개인에게 의미 있는 가수를 뜻하는 것 같다. 그룹 지오디(GOD)의 김태우 형도 '영원한 아이돌'이지 않나. 지금은 이 별명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웃음)."
어린이들 사이에선 '핑크퐁 삼촌'으로도 통한다. 아이들이 클래식을 쉽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8년째 '핑크퐁 클래식 나라'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그는 "내 커리어 중에서 가장 뿌듯한 프로젝트"라고 했다.

대니 구 바이올린을 처음 잡은 건 6살 때였다. 취미로 배우다 고 3때 바이올리니스트로 진로를 정한 뒤 미국 보스턴 명문 뉴잉글랜드 음악원(NEC)에 입학, 학사·석사 공부를 마쳤다.
그는 "동료들과 비교하면 바이올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기가 늦은 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이 여전히 뜨겁고 헝그리 정신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가정 형편이 클래식 음악을 배울 형편이 안 됐기 때문에 바이올린을 전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미국서 한국에 온 이유도 클래식 음악과 관객을 잇는 '다리'(bridge) 역할을 하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유재석을 연예인 롤모델로 꼽기도 했다. 왜일까. "유재석 씨는 항상 긴장감을 놓지 않는 것 같다"면서 "어느 위치에 다다르면 편해지기 쉬운데, 유재석 씨는 늘 자기 계발을 하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니 구는 내년 6월이면 한국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지금 음반 프로젝트 2개를 준비 중"이라며 "오는 3월엔 노래 음반, 내년엔 클래식 음반이 나온다, 이 두 개 음반과 함께 내년 6월쯤 전국투어를 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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