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고려아연(010130) 정기 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치열한 위임장 경쟁을 펴고 있다. 특히 양측 모두 중복 위임장 작성 권유도 불사하고 있어 28일 정기 주총은 지난 임시 주총과 마찬가지로 파행이 예상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과 MBK·영풍은 주주들에게 위임장을 보내며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고 있다. 지난 1월 임시 주주총회에 이어 소주 주주에게도 위임장을 전달하는 중이다.
정기 주총에 양측은 이사 선출, 19인의 이사 수 상한 등의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7명의 이사 후보를, MBK·영풍은 17명의 이사 후보를 낸 상태다. 이사 수 상한은 MBK·영풍의 이사회 진출을 막기 위해 고려아연이 제안했다.
양측은 각각 경영권 확보·사수를 위해 한 치 양보 없는 수싸움을 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정기 주총도 지난 1월 임시 주총과 마찬가지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대방이 의결권을 확보한 주주에게도 재위임을 권유하고 있어 이런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MBK·영풍은 위임 권유 우편물을 통해 주주들에게 "고려아연에 의결권을 위임했더라도 MBK·영풍에 다시 위임장을 제출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도 주주들에게 비슷한 내용으로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23일 임시 주총은 당초 오전 9시 열릴 예정이었으나 중복 위임장 집계 문제로 5시간 후인 오후 2시께 개회했다. 이후에도 중복 위임장 문제로 주총은 오후 10시가 넘어서 마무리됐다.
통상 주총에서 중복 위임장이 발견되면 보다 나중에 작성된 위임장의 효력이 인정되기도 한다. 1월 임시 주총에선 중복 위임장을 작성한 주주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의사를 확인했고 의사가 확인 안 된 4750주는 무효 처리됐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도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한 점도 주총 파행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MBK·영풍의 지분은 의결권 기준 46.7%로 약 39%인 최 회장 측에 앞선다.
다만 고려아연이 25.4%에 해당하는 영풍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방침이라 양측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최윤범 회장 측은 보유하고 있던 영풍 주식을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넘겨 영풍과 고려아연 간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 1월 임시 주총에서 영풍 의결권을 제한한 바 있다.
이후 법원이 SMC가 주식회사가 아니란 이유로 주총 효력을 일부 정지시키자, 최 회장 측은 영풍 주식을 자회사 선메탈홀딩스(SMH)로 넘겨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했다.
이에 MBK·영풍은 영풍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재차 제기했다. 28일 정기 주총이 바짝 다가온 만큼 이날(27일) 중에는 가처분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 지분 4.51%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도 이날 중에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를 열고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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