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국내 정유업계가 지난해 4분기 정제마진 개선 등의 영향으로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달성했을 것이란 전망이 이어진다. 3분기 주요 4사가 동반 적자의 늪에 빠졌던 정유업계가 모처럼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010950)의 2024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0일 기준 1708억 원이다. 적자를 기록했던 전년 동기나 직전 분기와 달리 흑자 전환이 전망된다. 에쓰오일의 직전 분기 영업손실은 4149억 원이었다.
컨센서스를 상회할 가능성도 높다. 최근 증권사들은 에쓰오일의 4분기 영업이익이 20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한 보고서를 잇달아 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정유 부문(SK에너지)에 대한 전망 역시 비슷하다.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은 각각 1560억 원, 2037억 원의 영업이익을 제시했다. SK에너지의 직전 분기 영업손실은 6166억 원이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까지 포함한 정유 4사는 지난해 3분기 합산 1조 50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불황으로 인해 석유 수요가 부진하면서 정제마진이 악화했던 탓이다.
하지만 4분기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실적 반등 기대감이 높아졌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해 3분기 3.6달러에 그쳤으나 12월에는 5.3달러로 올랐다. 통상 업계는 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동절기를 맞아 난방유 수요 증가로 등·경유 마진이 강세를 보였다"며 "정기 보수에 들어간 정유 공장들이 있어 수급 역시 우호적 상황이 펼쳐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환율 상승도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정유업계에 통상적으로 환율 상승은 악재이지만 기존에 사들인 원유의 재고 평가에는 긍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 개선과 환율 상승에 따라 10월부터 정유 부문의 흑자가 확대됐다"며 "전 분기 발생한 재고 관련 손실과 역래깅 효과도 제거됐다"고 밝혔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도 "9월에서 12월까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긍정적 재고 효과가 발생했다"며 "재고 평가 손익이 크게 회복하고 부정적 래깅 효과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석유 수요 감소의 근본적 원인인 글로벌 경기 불황이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만큼 업계 실적 회복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계는 조직 개편 등으로 운영 효율화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지속가능항공유(SAF)나 액침냉각 등 신사업 확대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 실적 개선 요인이 한시적이라 올해 전망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며 "석유제품 공급도 많은 상황이 지속되고 글로벌 경기 둔화도 계속되는 만큼 지난해처럼 불투명한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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