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3월 이른바 '주총 슈퍼위크'를 앞두고 기업들의 사업보고서가 공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의 '오너'들의 연봉도 함께 공개되고 있는데, 라면 3사 오너들의 연봉에 물음표가 붙는다. 영업이익이 악화했던 농심(004370)과 오뚜기(007310) 오너들은 지난해 연봉을 올렸고, 반대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양식품(003230)은 오히려 연봉을 낮춰 받았다.
20일 각 기업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농심의 신동원 회장과 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각각 연봉을 17억 3000만원, 13억 6000만원을 수령했다. 각각 전년 대비 2.5%, 8.2% 늘어난 액수다.
반면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18억 7000여만 원을 받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18.4% 내린 액수다.
지난해 농심은 매출 3조 4387억 원, 오뚜기는 매출 3조 5391억 원으로 3조 클럽의 자존심은 지켰지만, 매출 성장은 각각 0.8%, 2.4% 소폭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농심이 23.1% 내린 1631억 원을 기록했고, 오뚜기도 2220억 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9% 줄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 1조 72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늘었고, 영업이익은 3446억 원으로 133% 점프했다.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만 1조 3359억 원을 기록해 글로벌 시장에서만 1조 원 이상을 거둬들였다.
이처럼 라면 3사 오너의 연봉 변화를 일으킨 요인은 '상여' 부분이다. 수령한 연봉을 항목별로 세부적으로 따져 보면 농심의 신 회장은 기본 급여는 2023년 15억 3100만 원에서 15억 8460만 원으로 3.5% 소폭 늘었다. 상여는 전년도 1억 5200만 원에서 1억 4400만 원으로 오히려 7.4% 줄었다.
오뚜기의 함 회장은 상여는 4억 원으로 전년도와 같은 액수를 수령했고, 급여는 8억 4900만 원에서 9억 6000만 원으로 13% 늘었다.
김 부회장 역시 급여는 전년도 11억 5000만 원에서 12억 5000만 원으로 8.7% 증가했다. 대신 전년도에는 상여를 연봉의 100% 수준인 11억 5000만원을 수령했는데, 지난해에는 상여가 45.7% 줄어든 6억 2500만원에 그쳤다.

삼양식품의 기존 성과급 산정 기준은 재무지표 60%, 전략지표 40%의 비중으로 평가지표를 구성해 연봉의 0~100% 내에서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평가지표를 LTI(장기성과보상) 지급 방식에 의거해 기준 연봉의 0~50% 내에서 지급하면서 상여 총액 한도가 줄었다. 이를 참고하면 지난해에도 김 부회장은 최고 수준의 상여를 받았다.
LTI는 기존 상여 총액의 기준을 50% 한도로 낮추고, 이를 장기적 평가와 맞물려 수령 기간을 늘려서 받게 되는 형태다.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의 인기로 해외에서 높은 매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불닭볶음면' 의존도가 과하게 높다고 보고 있다. 삼양식품은 오너 3세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상무)를 중심으로 바이오·콘텐츠 사업 등을 신사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궤도에 오를 시간이 필요하다.
신사업에 대한 단기적 평가를 피하고, 장기적인 성과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받을 수 있는 상여를 줄여서 숨 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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