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내수시장 "구조적 쇠락기 빠졌다"…30년째 내리막길

한국 내수시장, OECD 38국 중 28위…네덜란드보다 낮아
대한상의 "공격적 경기부양 실행해야…중장기 대책도 병행"

고물가 시대로 들어서며 밥상물가 고공행진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며 식사 대용 간편식 시장이 주목 받는 상황이다. 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간편식 등이 진열돼 있다. 2025.3.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고물가 시대로 들어서며 밥상물가 고공행진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며 식사 대용 간편식 시장이 주목 받는 상황이다. 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간편식 등이 진열돼 있다. 2025.3.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대한민국 내수 경제가 저출산·고임금 등 구조적 요인에 따른 장기 하락 국면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내수 소비 성장률은 1996년 정점을 찍은 뒤 29년간 꾸준히 낮아졌고,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국내 내수시장의 중장기 데이터를 분석한 '내수 소비 추세 및 국제 비교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인플레이션 등 단기적 요인이 아닌 인구·고용·산업 등 구조적 요인이 중첩돼 내수 시장이 쇠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객관적 데이터로 또 한 번 증명된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수 소비 연평균 성장률은 1988~1996년 9.1%로 최정점을 찍은 이후, 4번의 충격을 기점으로 계단 형태로 뚝뚝 떨어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엔 4.5%(1997~2002년)로 반토막이 났고, 2003년 카드대란 이후엔 3.1%,(2003~2007년),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엔 2.4%(2008~2019년), 2020년 코로나19 이후에는 1.2%로 하향했다.

GDP 대비 내수 소비 비중도 감소 추세다. 내수 비중은 2002년 56.3%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여 2021년 코로나 기간 중 47.1%까지 떨어졌다.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승용차와 전자제품 확산, 소비 활성화 등으로 소비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여 2002년에는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하였으나 이후 하락추세에 접어들었다.

그 결과 한국 내수 비중은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8위에 그치고 있다. 경제 규모가 1조 달러를 넘는 12개 국가 중에서는 11위를 기록해 네덜란드 다음으로 낮다. 우리나라보다 내수 소비 비중이 낮은 국가는 이스라엘, 체코, 스웨덴, 룩셈부르크 등 인구 1000만 명 이하의 내수시장뿐이다.

본문 이미지 - 대한상공회의소 '내수소비 추세 및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대한상의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내수소비 추세 및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대한상의 제공)

보고서는 내수 소비가 부진한 주요 원인으로 '고령화'와 '가계 자산의 부동산 집중 현상'을 꼽았다.

인구피라미드가 역삼각형으로 변화한 가운데 고령층의 소비성향이 감소해 전체 내수시장이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00년 7%에서 2024년 20%까지 빠르게 증가한 반면, 이들의 평균 소비성향은 81.3%에서 64.6%로 하락해 전 세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5%, 임대보증금까지 포함한다면 77.3%로 매우 높은 편이다. 여기에 가계부채와 그에 따른 이자 부담도 늘고 있다. 가계 신용은 2002년 말 465조 원에서 지난해 말 1927조 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증대된 점도 소비 심리를 옥죄고 있다.

대한상의는 내수 부양을 위한 단기 해법으로 '공격적 경기부양'(Recession Attacking)을 제안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영국에서 제안됐던 방식으로, 단기 경제 충격을 완화하면서도 산업 인프라와 같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는 정책이다.

국내에서도 1999년 '사이버코리아 21'이 유사한 해법으로 추진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IMF 관리체제 아래에 있던 상황에서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전자상거래 육성에 나섰고, 그 결과 2000~2005년간 GDP가 연평균 5% 성장할 때 정보통신산업은 1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통신업, 사업서비스업의 취업자 수는 61만 9000명 증가해 전체 취업자 증가 폭(165만 8000명)의 37%를 차지했다.

대한상의는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서비스산업의 집중 육성, 고령층의 소비 여력 확충을 위한 대책(성과임금제 확산,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 구조적 요인을 해소할 수 있는 중장기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그동안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단기 처방이 반복돼 왔지만 소비 둔화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 만큼, 이제는 미래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더불어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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