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 사냥해온 MBK…기술 굴뚝기업 경영 '의구심'[고려아연 전쟁]

공개매수 가격 높아 이자 부담…자금회수 위해 배당금 높이면 투자여력 축소
기존 기술진과 화학적 결합 난도 높아…해외 재매각시 공급망 교란 우려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영풍(000670)과 함께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확보에 나선 MBK파트너스는 '지속 가능 경영'을 내걸었지만 업계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이루기 전까지 익숙하지 않은 사업을 맡아 신사업 확장을 추진해 오던 고려아연의 투자 가치를 높일 수 있겠냐는 취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의 최대 14.6%를 주당 75만원에 매입하는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까지 포함하면 MBK·영풍 측이 투입해야 하는 자금은 최대 2조 4397억 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당초 50만 원대였던 고려아연 주식을 비싸게 산 만큼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앞서 66만 원으로 발표했던 공개 매수 가격을 75만원으로 높이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 짙어졌다. MBK는 이번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 중 1조 5000억 원은 NH투자증권으로부터 차입, 640억 원의 이자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고려아연이 수립했던 기존 신사업 계획을 계속 추진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경영권을 인수한 뒤 MBK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배당금 상향 등을 추진하면 투자 여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로 비철금속 분야 경험이 없는 MBK가 50여년 간 업력을 쌓아 온 고려아연의 사업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부호도 뒤따르고 있다. 고려아연이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자회견을 연 배경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비철금속 제련에서 영풍은 두 가지를 생산하는 반면 고려아연은 12가지를 생산하는 등 50년 동안 기술을 업데이트하고 고도화해왔다"며 "투기 자본이 돈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많다"고 주장했다.

MBK는 그간 경기 변동성에 영향을 적게 받는 내수 기업 가운데 현금흐름이 좋은 소비재, B2C(기업 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MBK의 국내 대표적 투자 사례로 거론되는 코웨이, 네파, 금호렌터카(현 롯데렌탈), 롯데카드, 홈플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굴뚝산업이자 B2B, 수출 기업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신성장 동력으로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등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구상하고 있어 대규모 투자와 추가적인 신기술 확보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려는 MBK 입장에선 고려아연 현 기술진들의 협조가 절실하지만, 이 부회장이 "기술자들은 (MBK에) 가지 않는다. 다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만큼 현 시점에선 화학적 결합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공급망 교란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아연 공급량은 국내 전체 아연 수요의 90% 이상 차지해, MBK·영풍 측이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면 사실상 국내 아연 공급망을 독점하는 셈이 된다. 중국 등 해외 자본이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국내 아연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려아연은 비철금속을 주력으로 하는 국가기간산업으로 볼 수 있는데 사모펀드의 경우 외국계 기업이라도 가격만 맞으면 되팔 가능성이 있어 우리나라 입장에선 국부 유출이 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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