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한국 증시를 짓눌러온 탄핵 리스크 해소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1조 7800억 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미국의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 부과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 영향이다.
지난 4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0.86% 내린 2465.42로 거래를 마쳤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1조 706억 원, 6210억 원을 사들였지만 외국인이 1조 7866억 원을 팔아치웠다.
이달 나흘 동안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4조 2850억 원에 달한다. 매일 1조 원 이상 판 셈이다.
매도는 주로 시총 상위종목에 집중됐다. 이날 외국인은 SK하이닉스(000660)를 9331억 원, 삼성전자(005930)를 4114억 원 순매도했다. 현대차(005380)(-563억 원)와 포스코홀딩스(005490)(-456억 원), 한화오션(042660)(-450억 원) 등도 대거 처분했다.
탄핵 리스크 해소에도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 영향이 크다.
앞서 미국은 모든 무역 상대국에 최저 10%의 기본관세(baseline tariff)를 적용하고, 국가별로 가중치를 매겨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국 26%를 비롯해 중국 34%,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등이다. 이는 당초 시장의 예상인 20% 내외보다 훨씬 높은 고율의 관세다.
관세 전쟁이 확전하면서 미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고율관세 부과는 물가 압력을 높일 공산이 크고, 각종 공급망 차질로 경기 둔화 우려를 부추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요 품목의 수출이 줄면서 0%대 성장률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협상을 통한 관세율 조정이 없다면 이번 상호관세 조치로 한국의 전체 수출량은 최대 7%, 성장률은 최대 0.4%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는 추가적인 품목별 관세, 보복 관세, 국가별 대응 정책, 기업들의 보수적인 가이던스, 1~2분기 기업 실적 전망치 하향조정 등의 불안 요인이 남아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도 한국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 시장의 급락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내 정치적 이슈에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 속에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물량이 출회됐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탄핵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조심스레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기도 했다. 코스피가 저평가돼 있는 만큼 추가 매도보다는 매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민섭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코스피 밸류에이션 상승이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점진적인 저가매수 유인은 충분하다"며 "국내 증시에 더 부정적인 정보가 반영되지 않는 이상 다시 순매수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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