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나면서 자본시장 흐름도 달라졌다. 지난해 전 세계 '꼴찌'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코스피와 코스닥은 반등했다.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으로 시장의 색깔은 많이 바뀌었다.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는 조선과 건설, 방산주(株)가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관세 충격에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대표되는 미국 우선주의와 관세 전쟁 우려에 한국 비중을 줄였다. 개인들도 한국보다 미국 주식 비중을 확대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달 20일부터 전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4.09%, 코스닥은 6.76% 올랐다.
지난해 코스피가 9.63%, 코스닥은 21.74% 하락하며 전 세계 꼴찌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트럼프 당선 후 성적만 놓고 보면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증시를 압도한다. 미국은 S&P500 1.97%, 나스닥 2.02%, 다우산업지수 2.43% 상승에 그쳤다. 중국 상해종합지수와 일본 니케이225도 각각 2.55%, 2.13% 강세였지만 코스피에 비하면 수익이 부진했다.
국장의 반등을 이끈 업종은 조선주와 방산, 건설, 바이오 업종이다. 트럼프 취임 이후 코스피 건설업지수는 16.86%나 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자 재건 작업을 위한 건설주들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자력발전소 건설로 인한 수혜도 주가 상승을 부추겼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건설주는 해외 원전 수주 결과가 예상되고 있다"며 "트럼프 2기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재건 사업 참여 기대도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주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대표적인 수혜주로 분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의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선업을 추켜세웠다.
이에 한화오션(042660)은 지난달 20일 이후 53.06%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STX엔진(077970)(27.39%), HD현대마린엔진(071970)(7.27%), HD현대중공업(329180)(6.94%) 등도 강세였다. TIGER 조선TOP10 상장지수펀드(ETF)는 10.87% 올랐다.
방산주 역시 랠리를 지속 중이다. 당장 가자 지구를 미국이 점령해 소유하겠다고 밝히면서 중동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유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회담을 앞두고 긴급 정상회담을 열어 방위비 증액 등 새 군사 강화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지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트럼프 취임 후 68.1% 뛰었다. 현대로템(064350)과 LIG넥스원(079550) 등도 각각 58.2%, 43.66% 올랐다.
반면 관세 우려에 자동차와 이차전지, 철강업종은 부진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자동차 관세 부과 시점을 4월 2일이라고 언급했다.
자동차는 대미 주요 수출 품목 1위로, 지난해 수출액 비중 27%를 차지했다. 한국 자동차산업 수출은 47.3%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KRX자동차 지수는 트럼프 취임 후 3.73% 하락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주요국 보편관세 부과에 따른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 타격은 최소 6%~최대 14%로 추정된다"며 "수출규모로 환산하면 2조 6000억 원에서 5조 9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이차전지도 부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에너지 해방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이전 행정부에서 추진했던 친환경 정책인 그린 뉴딜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3.42% 하락했다.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있는 KRX철강 지수는 0.78% 상승에 그쳤다.

국내 증시 상승에도 외국인들은 한국 비중을 줄였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2조 7786억 원을 팔았다.
미국 우선주의로 인한 관세 전쟁에서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한국은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 중 8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지난해 655억 달러 규모로, 트럼프 집권 1기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상황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 입장에서 관세 충격은 무시하기 힘들다. 한국의 총수출 중 대미 수출 비중은 19%로, 대중 수출(20%) 다음으로 높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 담당 차관보가 트럼프 행정부와 한미 간 통상 현안 및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상태다. 조만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방미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또 전일 수출전략회의를 열고 366조 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지원하는 '범부처 비상수출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도 국장보다는 미장에 집중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 금액은 4295억 원에 그쳤지만,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42억 676만 달러(약 6조 703억 원)의 미국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테슬라를 6억 8264만 달러(9852억 원), 테슬라를 2배로 추종하는 TSLL(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 ETF를 6억 2581만 달러(9031억 원) 순매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언급하면서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며 "개인 역시 미장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