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동해 김도엽 기자 = IBK기업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국내 주요 은행 4곳을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경제 환경 악화와 중소기업 연체율 상승이 건전성 지표가 열악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4조 1970억 원으로, 전년(3조 1910억 원) 대비 1조 60억 원(31.5%) 증가했다. 전체 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1.05%에서 1.32%로 0.27%포인트(p) 올랐다.
금융사의 대출은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5단계로 분류된다. 고정이하여신은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포함하며, 연체 3개월 이상이 된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저금리로 풀린 유동성이 연장·상환유예를 거쳐 만기를 맞이하는 가운데,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은행권 전반적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 규모와 비율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은행의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해 고정이하여신 합계는 3조 9490억 원으로, 전년(3조 3860억 원) 대비 16.6% 증가했다. 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4대 은행의 합계보다 많아진 것이다.
기업은행의 부실채권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주요 대출 대상인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은 2023년 1조 4863억 원에서 지난해 말 2조 539억 원으로 38.2% 증가했다. 연체율도 0.64%에서 0.83%로 늘었다.
기업은행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지난해 부실채권 2조 7240억 원을 상각·매각했다.
또한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았으나, 부실채권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NPL커버리지 비율)이 2023년 143.5%에서 지난해 말 115.5%로 하락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환율 상승 등 대내외 환경 악화로 건전성이 다소 악화됐다”며 “올해도 부실채권 상각·매각을 통해 건전성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며, 충당금 잔액을 고려할 때 손실흡수능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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