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협상을 주도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 장관이 다음 주 한국과의 고위급 무역 협상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 측에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내주 방미해 본격적인 관세 조정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숙원인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실무급 화상회의도 이번 주부터 시작할 계획이어서, 관세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미국이 다음 주 예고한 무역 협상에 우리 정부 측 협상 대표로 안덕근 산업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 2월과 3월 두 차례 방미해 관세 현안을 논의한 안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고 한국, 일본, 인도 등 동맹국 위주의 관세 협상을 예고함에 따라, 이르면 내주 방미를 목표로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
안 장관은 당초 이번 방미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한국에 25%로 부과된 상호관세 인하를 위한 협상에 나설 예정이었다.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다음 주 한미 간 고위급 무역협상을 공식화함에 따라 방미 일정이 조율 중인 안 장관이 우리 측을 대표해 관세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안덕근 장관의 방미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도 전날 경제안보전략TF회의에서 "한미 양국 간 협상을 위해 산업부 장관을 중심으로 협상단을 구성하고, 빠른 시일 내 방미를 추진해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베선트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에는 베트남, 수요일(16일)에는 일본, 다음 주에는 한국과의 협상이 있다"면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에 25%(기본관세 10%+ 상호관세 15%) 부과를 예고한 상황 속 이뤄지는 이번 협의에서 안 장관은 미국 측의 최우선 관심사인 무역 균형 추구를 위한 우리 측의 보다 구체화한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상호관세 면제 또는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측의 노력도 적극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는 조선업 협력,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무역균형 등 트럼프 대통령과 한 권한대행이 지난 9일 첫 통화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3대 분야가 핵심 의제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관세 협상에서 관세 문제뿐만 아니라 안보와 무역 이슈를 아우른 포괄적인 협상(원스톱 쇼핑)을 예고한 만큼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지 관심사다.
한편 한미 양국은 내주 고위급 협상에 앞서 이번 주부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실무급 화상 회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알래스카 LNG 개발은 트럼프 대통령의 숙원사업이다. 알래스카 북단 포인트 톰슨에서 생산되는 LNG를 남단의 니키스키 수출터미널로 운송해 수출하기 위한 길이 807마일(1300㎞)의 가스관을 건설하고, 가스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우리 측에서도 성공시 중동에 치우친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가스 운송 거리를 단축해 수입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혹한 기후에 따른 난공사 및 막대한 사업비용으로 인한 사업성 리스크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정부에서는 알래스카 LNG 인프라 개발 사업의 경우 리스크가 적지 않다 보니 일단 직접 참여보다는 가스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알래스카 화상회의는 미국이 당초 큰 관심을 보이고, 우리와 협력 의사를 표명했던 사안으로 실무선에서 협의를 해보자는 얘기가 있었다"며 "이에 따라 실무급 화상회의가 먼저 진행되는 것이며, 큰 흐름에서는 내주 있을 관세협상과 병행해서 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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