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정부가 산불 대응 등을 위한 10조 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먼저 제시하면서도 경기 부양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그간 민생 경기 대응을 위해 35조 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주장하던 야당의 입장과 배치되는 만큼 여야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산불과 미국 신정부의 관세 부과로 인한 통상리스크 현실화 등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10조 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간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추경 편성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으나, 역대 최악의 산불 등의 영향으로 적극적인 모습으로 선회한 것이다.
'필수 추경'이라 명명한 정부의 설명대로 이번 추경은 △재난·재해 대응 △통상 및 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여야 간 이견이 없는 3대 분야에 집중된다.
다만 정부는 이러한 추경이 '경기 부양용'은 아니라고 명확히 했다. '필수 추경'이라는 표현대로 여야 간 이견이 없고, 현 상황에서 지원이 시급하고 필수적인 사업만 추경안에 담겠다는 것이다.
강영규 기재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추경의 목적 자체가 경기 진작용이 아니다"라며 "어려움에 처하신 산불 피해자분들에게 지원해 주는 게 당장 급하고, 지금 임박해 있는 것들이 있으니 그것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야의 이견이 특별히 심하지 않아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는 것들만 찾아 10조 원을 추산했다"며 "여야가 '동의'하게 되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준비해 임시 국무회의를 거쳐 빠르게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여야 동의를 거쳐 4월 중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는 '벚꽃 추경'을 그리고 있다.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보통 정부안 편성부터 국회 심사까지 1~2개월 안팎의 시간이 걸리지만, 이런 절차를 '3주 내'로 앞당긴다는 것이다.
추경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여야의 조속한 합의가 관건이지만 규모를 두고 견해차가 커서 합의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야당도 산불 피해 대응을 위한 추경의 필요성엔 동의하지만, 소비쿠폰이나 지역화폐 등의 비용을 아우르는 35조 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2차관을 역임한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제시한 10조 원 추경 규모는 상당 규모로 예상되는 산불 피해 복구 예산을 제외한 경기 진작 추경으로만 보면 '무늬만 추경', '찔끔 추경'으로 비칠 규모"라며 "정부의 경제 상황에 대한 문제 인식과 경기 침체 타개 의지를 의심케 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조 원이라는 추경 규모가 민생과 경제를 회복시키고 재난을 극복하는 데 유의미한 효과를 낼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다만 정부·여당이 증액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열어둔 만큼 협의의 문은 열려 있다.
강 대변인은 "정치적인 이슈가 적은 것을 찾아보니까 한 10조 원으로 추산한 것"이라며 "여야가 동의하면 편성 작업을 할 텐데 10조가 고정(픽스)된 것은 아니며, 1조 원이 늘어날 수도 있고, 일부 변동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부의 '필수 추경'에 찬성하면서도 여야 협상에 따라 최대 15조 원까지 확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수형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정부는 (추경을) 10조 원에서 출발하지만 저희는 10조~15조 원 정도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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