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 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 계획이 발표되고 상호관세 부과 예정일도 1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기대치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심지어 올해 0%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제기됐다.
2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영국 소재 경제 분석 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기존 1.0%에서 0.9%로 0.1%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현재 한국 경제의 주요 불확실성 요인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라면서 "탄핵 소추안 기각 시 한국은 정치 혼란에 빠질 수 있으나 인용 시 60일 이내 대통령 선거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선 이후 정치 안정에도 경제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금리 인하, 수출은 도움이 되겠지만 정부 지출 둔화, 부동산, 소비 등으로 당초보다 낮은 성장세를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성장률을 1.2%로 기존보다 0.8%p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국에 대한 조정 폭은 전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컸다.
S&P는 성장률 하향 조정의 이유로 작년 말 성장 약화와 함께 미국의 관세 정책을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HSBC는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로 1.4%를 내다보면서 "1~2월 한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는데 미국의 관세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임에도 약세인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HSBC는 "향후 관세 현실화 시 한국 수출이 가파르게 둔화할 위험이 있다"면서 "제조 업체의 설비투자가 의미있게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고 건설투자도 반등이 요원하며, 소비자심리지수(CSI) 역시 여전히 장기 평균을 밑돌아 소비 회복도 쉽지 않다"고 봤다.
최근 골드만삭스도 미국 관세 부과 우려를 반영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0.3%p 하향 조정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지난달 전망치와 같지만, 한은은 연내 편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를 반영하지 않아 사실상 골드만삭스의 예측이 더 어둡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관세 위험이 증가했다"고 보면서 "전망치 하향 조정의 절반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정부는 관세 정책의 강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전날에는 4월 3일부터 미국에서 제조되지 않은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4월 2일에는 상호관세를 부과할 대상 국가 목록을 발표하기로 했다. 상호관세는 교역 상대국이 자국에 부과하는 관세 등 무역 장벽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매기는 관세를 뜻한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한국 경제 타격은 올해보다 내년이 심각할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의 상호 관세율이 높게 책정되고 이에 대한 다른 나라 보복이 이어진다면, 한국 경제 성장률은 기본 시나리오 대비 올해 0.1%p 하락, 내년 0.4%p 급락이 예상된다. 올해·내년 각각 연 1.4% 저성장이 우려되는 것이다.
기업 투자 심리 냉각에 내수도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된다. 한은은 "세계 교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무역 불확실성이 증폭돼 국내 수출과 투자가 크게 둔화할 것"이라며 "연중 높아진 관세 영향은 내년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과 관련해 '유연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추후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1주 뒤 상호관세 부과 수위가 높더라도 국내 경기 악영향이 내년까지 확산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면 성장률 하락 폭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내에서는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조짐이 나타났다. 트럼프 정부가 다음 달 시장을 놀라게 할 정도로 강도 높은 관세 부과 계획을 내놓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이에 한은은 "주도적이면서도 유연한 전략으로 통상 압박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제안했다. 예컨대 한국이 미국에서 내는 흑자의 상당 부분은 대미 투자로 인한 결과임을 강조하고, 조선·원자력·AI 등에서 양국 기술 협력을 늘려 시장 공동 개척, 상호 이익 증진이 가능한 사업 기회를 제시하는 식이다.
당분간 불안정한 통상 환경이 예견되는 만큼 내수 바닥을 단단히 다지는 작업도 요구됐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 대기 속 국가마다 환율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정치, 경제 정책 등에 따른 내수 동력의 차이로 미국 외 국가들에서 금융 시장 차별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최근 환율이 재차 1470원대에 육박하는 현상도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에 따른 내수 악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상호관세 이후 국내 금융 시장이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정치 리스크 조기 해소와 함께 과감한 내수 부양이 이뤄져야 주요국 랠리에서 국내 금융시장이 차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금융센터도 "대다수 국가는 트럼프 취임 전부터 자국 성장 둔화에 맞서 재정 지출,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에 나선 상태"라며 "캐나다, 멕시코, 중국, 태국 등은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정책 영향을 상쇄하고자 추가 부양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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