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우리나라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트리플 감소'가 연초부터 나타났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효자 품목인 반도체 생산 증가세마저 둔화하고 있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 등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어 1% 중반 저성장 전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새해 첫 경기 지표가 대부분 동반 하락했다.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2.7% 감소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2월(-2.9%) 이후 4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여기에는 특히 우리 경제를 견인하던 반도체 생산 증가세가 둔화했다는 점이 작용했다. 지난 1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9월(-0.7%) 이후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을 중심으로 투자가 줄면서 설비투자도 14.2% 급락했다. 지난 2020년 10월(-16.7%)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상품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지수는 전월 대비 0.8% 줄면서 지난해 5월(-0.8%)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특히 6일간의 설 연휴가 있었지만 면세점(-41.0%) 매출이 급감하며 소매판매액지수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 심리가 저조한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주요 경기 지표들이 모두 고꾸라지면서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4포인트(p) 내렸다. 작년 11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0.3p 하락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국내 정국 혼란과 미국의 트럼프발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비슷한 이유로 지난 2월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6%로 낮췄고,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CE)도 1.1%에서 1.0%로 하향했다.
우리 경제가 새해 첫 지표부터 트리플 감소를 기록하면서 이러한 저성장 공포가 현실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국내적으로도 내수가 침체해 트리플 감소가 나타났다"며 "추경을 통해 단기적인 경제성장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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