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일 발표 시점을 앞두고 외신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기존 상호관세 부과 방침에서 고율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미국발 관세 폭격의 사정권에 있는 우리 정부는 형식 여하를 떠나 당장의 관세 규제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쟁국 대비 낮은 관세를 적용받아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보호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남반구 국가 시장 등 대체 수출 시장을 발굴해 미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 미국무역대표부(USTR)로부터 국가별 관세, 무역수지, 부가가치세, 비관세 장벽 등 조사 결과를 보고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2일에는 상호관세를 포함한 관세 정책이 결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14일 상호관세 부가 절차를 담은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후 한국 정부는 미국의 오해 해소와 입장 파악, 설득 작업에 주력해왔다. 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은 2월 26~28일과 3월 20~21일에,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3월 13~14일 미국 워싱턴 D.C.를 찾아 고위급 접촉을 했고 실무선에서도 소통을 이어왔다.
산업부는 이번 관세 이슈를 '장기전'으로 보고 안덕근 장관의 2월 방미 당시 미국과 구성에 합의한 조선·에너지·관세·비관세·알래스카 프로젝트 등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3월 안 장관 방미 후 산업부 관계자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감안해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며 "일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하는 것을 전제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미국 상호관세 발표에서 살필 지점은 절대적 규모의 문제와 상대적 규모의 문제가 있다.
절대적 규모 문제는 이미 고율 관세 부과가 결정된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추가로 상호관세가 더해져 부담이 커지는 여부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자동차 부품 관세가 부과되는 상황에서 상호관세가 얹어질지에 대해 기업들이 우려를 많이 하는 분위기"라며 "최근 외신의 트럼프 대통령 측근 인터뷰를 보면 누적 부과는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현재의 25%에 더해) 상호관세가 누적 방식으로 가면 (미국 물가에) 충격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에 고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 규모 문제는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관세를 적게 부과받아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세 부과는 없는 게 당연히 좋다"며 "(부과가 불가피하다면) 우리가 받는 상호관세 규모와 함께 주요 경쟁국이 얼마나 받는지도 중요해 함께 보면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간 산업부는 경쟁국 대비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미국에 △자유무역협정으로 사실상 0%인 양국 관세율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내역·계획 △에너지·조선 등 미국 관심 분야 협력 의향 등을 설명해 왔다.
안덕근 장관은 3월 21일 미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트닉 상무장관과 면담해 상호관세 조치 계획을 면밀히 파악하고, 첨단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산업 생태계 조성 등 긴밀한 연계성을 강조했다"면서 "향후 관세 조치 계획 시 우리에 대한 우호적인 대우를 재차 요청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전체 수출의 18.7%는 대미 수출이 차지했다. 이는 중국(19.5%)에 이어 두 번째 규모로 미국 수출길이 어려워지면 산업 위기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다.
이에 산업부는 미국, 중국에 편중된 수출 구조 개선을 위해 '글로벌 사우스' 등 대체 시장 발굴에 속도를 내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사우스 시장은 북반구 저위도,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장을 말한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3월 31일 수출 현장 지원단 간담회에서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할 경우를 대비해 '글로벌 사우스' 시장을 선제적으로 개척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대체 시장 발굴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쟁국도 대체 시장 정책을 펼치며 신흥국 시장 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면서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된 것이 현재의 어려움을 야기하지 않았나 싶다"며 "대체 수출 지역을 모색하더라도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전략을 펼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수출 시장 개척) 전략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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