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과의존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기억력, 계산 능력, 집중력이 떨어지는 소위 '디지털 치매' 증세가 늘고 있다. '영츠하이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인지 기능이 손상되면, 치매가 빨리 올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치매는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이라는 인식이 확산해 있다. 하지만 젊은 층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20~30대 상당수가 스마트폰 없이 중요 약속이나 전화번호를 떠올리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증가세"라고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2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인터넷 사용자들이 주 평균 22시간, 하루 최소 3시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창환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가족과 친구 연락처나 생일 등 중요한 일정을 뇌가 아닌 스마트폰이 대신 기억해 주면서 뇌를 사용하지 않게 돼 치매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대인관계나 업무 스트레스 역시 기억력 감퇴를 부르는 요인이다.
우리 뇌는 기본적으로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발달하며 사용하지 않으면 쇠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는 여러 자극에 대해 짧은 시간 한시적으로 기억하는 단기 기억에서 반복 경험을 통해 장기 기억으로 옮기게 된다.
하지만 정보들을 뇌가 아닌 디지털 기기에 저장하게 되면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양이 줄어 뇌가 퇴화하면서 치매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저장한 정보를 빨리 잊거나 전화번호를 3개 이상 외우기 어렵거나 간단한 계산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젊은 층은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을 자랑하는 이들이 많다. 이는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멀티태스킹은 뇌의 활성화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오히려 단기 기억과 주의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입시를 앞둔 수험생과 직장인들은 스트레스로 우울감을 느끼고,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를 가져오게 된다. 과도한 음주 역시 원인. 음주 자체도 뇌 기능을 떨어뜨리지만, 과음으로 블랙아웃을 자주 경험하면 뇌 기능 저하로 향후 치매 원인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치매가 장기화하면 기억력 감퇴와 인지 기능 장애가 심화해 조발성 치매로 이어질 수 있어 예방이 중요하다. 불필요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고 업무나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정보를 정리하고 기억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아울러 각종 기기의 사용 시간을 정해두는 등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한다. 뇌를 과하게 사용하는 행동인 멀티태스킹을 지양한 채 한 번에 한 가지만 집중해서 하는 게 좋다. 메모하고 독서를 하는 등의 생활 습관 교정도 요구된다.
대동병원의 문인수 뇌신경센터 과장(신경과 전문의)은 "디지털 치매는 사회적 현상이지만, 개선되지 않으면 뇌의 특정 부위가 발달하지 않아 뇌 기능 저하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 운동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은 뇌 기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쉬는 날이나 여가 시간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보다 동호회 활동 등 사람들과 직접 만나 사회 활동할 필요도 있다.
뇌에 좋은 영향을 주는 과일과 채소, 견과류, 등푸른생선 등을 섭취하면서, 오메가3 지방산 복용도 뇌 노화 방지에 도움 된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 운동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은 뇌 기능 활성화에 필수적이다.
류창환 전문의는 "스마트폰 대신 메모장에 직접 적는 습관을 들이고 독서, 악기 연주, 다이어리 작성, 체스, 바둑 등 머리를 쓰는 취미는 뇌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깜빡 잊는 횟수가 잦거나 기억을 찾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문인수 과장은 "수면은 뇌 건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잠들기 2시간 전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삼가는 게 좋다"며 "깨어있는 동안 받아들인 지식과 경험은 수면을 통해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데 스마트폰의 불빛과 전자파는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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