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지난 17일 인천 계양구 인천세종병원에서 보건복지부 출입 기자들을 만난 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그룹 이사장은 재단이 '심장병 없는 세상을 위하여'라는 설립 이념을 추구하기 위해 이뤄온 일들을 이렇게 설명했다.
개원 초기부터 지금까지 40여 년간 심장내과, 흉부외과, 소아 심장 등 분야별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고 있습니다. 24시간 전문의 상주 시스템은 다른 병원에서도 보기 드뭅니다. 심장 이식은 물론, 심장 질환 전반에 진심을 담았습니다.
재단은 인천 계양과 경기 부천 소사에 각각 300여 병상의 인천세종병원과 부천세종병원을 운영 중이다. 심장병 어린이들을 안타깝게 여겨 병원을 세운 박영관 회장(흉부외과 전문의)의 아들 박진식 이사장이 이어가고 있다.
국내 유일의 심장 전문병원인 부천세종병원을 주축으로 한 '세종심혈관네트워크(SJ-CCN)는 2·3차 의료기관 간 진료 협력체계로서 심혈관질환자의 최종 치료를 돕고 있다. 전국적으로 심장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많지 않은 가운데 환자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가동하고 있다고 한다.
세종심혈관네트워크는 복잡한 절차를 모두 간소화해 협력병원 환자 진단, 이송을 신속히 이행하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부터 운영돼 24시간 365일 심장 전문의가 상주하는 2개 병원에 경인 지역뿐 아니라 충청도와 전라도 등 전국 각지의 환자가 수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남 목포 인근의 한 섬에서 대동맥 내막이 찢어져 빠른 치료가 필요한 대동막박리 환자를 신속히 받는 등 사례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그간 네트워크를 통해 성인 환자에 299건, 소아 환자에 30건의 수술이 각각 진행됐다.

다만 이에 수반되는 비용 대부분은 재단이 자체 부담한다·. 이에 대해 인천세종병원의 김경섭 과장은 "필수의료를 수행 중인 병원에 (정부의) 직접지원이 필요하다"며 "24시간 운영을 위한 실질적 비용과 국가 주도의 진료 협력체계 구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네트워크에는 24시간 365일 비상 연락을 취합할 전담 인력이 없어 기존 의료진의 피로는 누적돼 왔다. 재단은 전원 의뢰와 수락 업무를 AI(인공지능) 기반의 무인화 시스템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진식 이사장은 "수술할 의료진이 24시간 365일 전화를 직접 받고 있었다. 환자 이송 의뢰에 즉각 결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사소통이 잘 이뤄진 게 장점이었지만, 헌신과 사명감만으로 버텨왔다"며 "지속 가능한 방안을 고민하며 환자를 신속히 수용하고 싶다"고 전했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세종병원은 한때 '심장병 사관학교'로 불릴 만큼 심장 전문의 양성에 핵심 역할을 했다. 세종병원에서 수련받고 유수의 대학병원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특히 소아 심장 분야는 국내 유일의 양성 기관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희소한 데다 고난도의 소아 심장 분야에 정부 지원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재단은 지속 가능성을 위한 조치로 소아 심장 특화기관 지정제 운영, 데이터 기반 연구 및 관리 플랫폼 지원 등을 요청했다.

박 이사장은 "소아 심장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전국에 5개"라며 "젊은 스태프는 세종병원 또는 서울대병원을 택해야 한다면, 서울대병원에 갈 것이다. 계속 후배 세대들이 자랄 수 있도록 육성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에서도 신경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첨언했다.
박 이사장은 '빅5병원 쏠림 현상'에서도 지역 2차 병원으로서 어떻게 견뎌왔냐는 취재진 물음에 "지역의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건강보험 수가는 병원이 딱 죽지 않을 만큼 들어왔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같이 문을 연 병원들은 훨씬 더 성장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비급여 진료 항목을 개발해, 병원을 키울까'라는 유혹도 들었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또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더 좋은 의료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며 "필수의료, 건강보험 급여 진료만으로도 2차 병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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