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흉부외과 전공의가 대동맥류 수술을 거의 경험 하지 못하고, 신경외과 전문의를 취득하는 등 필요한 술기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련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는 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 행동'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에서 토론회를 열고 전공의 수련체계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필수의료 역량을 갖춘 전문의를 배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도 교수들이 전공의 교육에만 몰두하기는 힘든 상황이다"며 "교수 입장에서는 연구 실적을 내지 못하면 재계약을 하기 힘들어지고, 전공의 지도에 많이 시간을 쏟게 되면 진료량이 줄어들며 이는 곧 인센티브와 월급 감소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신경외과 전공의가 4년간 뇌종양, 뇌혈관 수술을 100건도 하지 못하거나, 흉부외과 전공의가 소아심장이나 대동맥류 수술을 거의 못 한 채로 수련을 마치는 사례도 발생한다"며 "지방 병원의 경우 수도권으로 환자가 유출되면서 전공의들이 핵심 술기를 배울 기회가 크게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유튜브를 보고 수술을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유튜브에는 아름다운 수술만 나온다"며 "하지만 수술은 늘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다. 가끔은 (수술 중에) '정말로 망했다'라고 생각되는 상황을 풀어나가는 능력을 수련기간에 직접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 교수는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 외에 지역병원, 의원 등을 순환 근무하면서 다양한 환자와 진료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다기관 네트워크형 수련시스템'을 도입하면 포괄적인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외과계 전공의들은 의무적으로 관련 전문 센터에서 일정 기간 수련을 받도록 하면 집중적인 술기 훈련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의대교수, 간호사, 전공의 등 동료평가 시스템 △2인 이상 지도 전문의 운영 △VR을 활용한 교육 △수련의 질 평가와 관리를 위한 '중앙수련위원회' 설립 등을 제안했다.
이날 하 교수는 일부 사직 전공의들이 전공의 수련시간을 두고 '착취'라고 비판한 점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하 교수는 "(저희가) 전공의 때 140~150시간 일했고, (그게) 전문의가 된 기반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일부 사직전공의들이) '똑같이 (병원에 와서) 일을 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또 "전문의가 되는 길은 다양한 의료 기술을 배우는 것도 있지만, 선배의 노하우를 배우는 과정도 포함된다"며 "선배가 환자를 어떻게 처치하는지 옆에서 지켜보면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데, 오래 붙어있을수록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게 (저희의) 전통적인 생각이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래서 무조건 (전공의 수련) 시간이 길다고 해서 '나쁘다' '의미 없다' '착취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수련의 가치는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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