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각모음 해줘'라고 요청하면 플레이트에 비어있는 공간을 로봇이 메꾸기 시작합니다.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11일 오후 충북 오송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에 설치된 혈청, 혈장 보관 자동화플랫폼에 최병구 설비 담당자가 요청 사항을 입력하자 로봇이 튜브(바이알) 100개를 보관할 수 있는 플레이트에서 약 5㎝ 크기의 1.4ml짜리 바이알을 하나씩 꺼내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시연된 자동화플랫폼은 연구원 1명이 1000건의 유전체 자료를 검수하고 분양할 때 최소 6일이 걸리던 작업을 단 6시간 만에 끝낸다.
질병관리청은 이러한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에 적용해 유전체데이터 보관·분양·연구를 고도화하고 있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은 중증·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는 유전체데이터 등을 국가가 관리하는 사업이다.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기관과 총 38개 의료기관이 함께하며,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동의에 기반해 임상정보·공공데이터·유전체데이터 등 의료데이터를 통합하고 관리한다.
혈액, 소변 등이 대표적인 인체유래물 데이터로 활용되며 혈액으로부터 DNA를 제작해 분석자료를 생성하고 학교와 병원, 민간 연구기관과 산업계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AI 시대에 모든 것은 데이터에서 시작된다"며 "정밀 의료가 정말 중요해지고 있는데 100만명의 인체자원을 통해 개개인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희귀질환 등을 추적하다 보면 진단을 넘어서 질병 예측이 가능해지고 치료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효과를 설명했다.

사업 1단계(2024~2028년)에선 희귀·중증질환자와 일반참여자 총 77만 2000명분의 데이터를 수집하며 2단계(2029~2032년)를 통해선 총 100만 명의 데이터를 모아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미 질병청의 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KBP)을 통해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과 민간 인체자원은행(KBN)에선 총 123만 명의 인체유래물 데이터를 확보해 왔다. 여기에 100만 데이터를 추가, 총 200만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미국의 올오버스(all of US), 영국의 바이오뱅크 등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글로벌 바이오빅데이터 사업과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날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에선 '100만 인체유래물 수집' 중 가장 처음으로 등록되는 일반인 유전체데이터 117명분, 20개 박스(1920개 바이알)가 들어왔고 그에 따른 입고 과정이 진행됐다.
인체자원 제작과 입고 과정은 체계적이다. 먼저 사업 참여 기관에서 혈액, 소변 등 검체를 채취하면 인체자원 제작기관은 검체를 수거해 DNA와 혈청 등을 제작하고, 정보관리시스템(HuBIS Sam, 휴비스 샘)에 정보를 기재한 뒤 냉동 보관한다.
냉동 상태의 자원이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으로 입고되면 연구원들은 자원실물과 입력된 정보를 비교해 검수하고 품질관리를 거쳐 보관한다.
실제 GC녹십자의료재단에서 제작된 인체유래물을 신청받은 심성미 연구사와 연종우 연구사는 드라이아이스 박스에서 플레이트를 꺼내 입고 요청 받은 정보와 들어온 데이터가 동일한지, 품질에 이상은 없는지 검수했다.
검수 과정은 바코드 스캔을 통해 이뤄진다. 각 바이알 아랫면에 바코드가 찍혀있어 유래물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보관할 수 있다.

심 연구사는 "입고 3~5일 전 유래물 바코드 정보가 정보관리시스템을 통해 등록돼 입고된 자원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이 보관하는 인체 자원만 47만 명분이다. 영하 200도가량의 낮은 액체 질소 또는 영하 80도 정도의 기계식 냉동고에 보관해 유래물 변질 위험이 거의 없고, 영구 보관이 가능하다.
이날부터 추가로 들어오게 되는 100만 명의 데이터는 2027년 완공 예정인 국립인체자원저장실에 보관된다. 새로운 저장실은 모든 저장고가 자동화플랫폼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전재필 미래의료연구부장은 "바이오뱅크는 기증자 검체의 정직한 중개인 역할을 하게 된다"며 "가장 안전하게, 최상의 질을 보장해 보건, 산업계에 활용될 때 절차를 투명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질병청은 인체 유래물이 '미래세대의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뱅크와 바이오뱅크를 통해 활용되는 자원은 향후 정밀의료 및 디지털 헬스케어 개발 등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대학과 병원 등 연구자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