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의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 3명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불과 2주 남짓 동안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 3명이 공개 석상에서 트럼프가 집권한 지금 미국 민주주의가 비정상적인 시기로 규범이 무시되고 있고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뉴욕주의 해밀턴 칼리지에서 대학과 기타 기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탄압에 맞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며 "누군가 와서 구해주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은 시민, 즉 '옳지 않다'고 말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도 지난 15일 퇴임 후 첫 공개행사였던 시카고에서 열린 장애인 단체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의 사회보장 축소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수혜자들이 정부로부터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은 의도적인 잔혹함"이라며 "이 행정부는 100일도 안 돼 엄청난 피해와 파괴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30년 전 일어났던 오클라호마시티의 앨프리드 P. 뮤러 연방 청사 폭탄 테러의 추모식에 참석해 테러 후 오클라호마시티가 하나 된 모습과 현재 국가적 분열을 비교했다.
그는 "모두가 누구의 분노가 더 중요한가, 누구의 분노가 더 정당한가를 두고 다투는 것 같다"며 "이익을 위해 진실을 조금 왜곡해도 괜찮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반대하는 자들을 지배하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지난 250년간 추구해 온 '더 나은 통합'을 향한 여정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WP는 전직 대통령들이 후임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판을 삼가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는 점에서 이번 전직 대통령의 비판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세 명의 전직 대통령이 연이어 비판하는 것은 전례가 없을 수 있다고 전했다.
컬럼비아대학교 국제공공정책대학원의 티모시 나프탈리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100일도 안 돼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보통 전직 대통령은 후임이 자리를 잡고 국정 운영의 기본 원칙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을 주지만 이번에는 전직 대통령들이 트럼프가 가져오려는 변화의 윤곽을 이미 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들은 나라가 위험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을 때 목소리를 내어 국민에게 경고할 자격과 위치를 가진 독특한 존재들"이라며 "그들은 미국 국민을 위한 일종의 자문위원회로 자문위원회가 경고음을 울릴 때 국민들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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