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18일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사건 관련 문서의 기밀을 전부 해제하면서 전직 의회 직원 200여 명의 개인정보가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약속했던 대로' 기밀문서의 내용을 전혀 삭제하지 않고 공개하면서 일어난 사태로 보인다.
1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문서를 통해 이들 200여명의 사회보장번호까지 열람할 수 있다. 사회보장번호는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유사한 민감한 개인정보다.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공개되면서 보고서에 등장한 전직 의회 직원들은 금융 사기와 신원 도용 등을 우려해 은행 계좌를 동결하는 등 조처에 나섰다고 한다.
심지어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의 변호사로 활동했던 조지프 디제노바(80)의 개인정보도 공개됐다. 트럼프의 열렬한 옹호자로 활동했던 그는 "이는 신원 도용 위험뿐 아니라 나에 대한 위협도 초래했다"고 토로했다.

구체적으로는 1975년 당시 상원 교회위원회 업무를 맡았던 직원들과 교직원 100여 명의 사회보장번호, 출생지, 생년월일 등이 공개됐으며, 케네디 암살 사건을 조사한 하원 특별위원회 직원 100여 명의 사회보장번호도 문서에서 발견됐다.
WP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짚었다. 많은 이들은 미국 정부 고위 관리가 됐다. 전직 외국 주재 미국 대사와 국무부 관리, 정보기관 연구원, 저명한 법조인 등으로 활약한 이들도 있었다.
국무부 관리로 일한 전직 의회 직원은 금융 사기와 신원 도용을 우려해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면서 "이건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 준다"며 "그 과정에서 누가 피해를 보는지 전혀 생각을 안 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보 공개가 1974년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토안보부에서 최고 개인정보보호 책임자를 지냈던 메리 엘런 캘러헌은 WP에 "사회보장번호는 모든 사람에게 왕국의 열쇠 같은 것"이라며 "(이런 게 공개된 것은) 절대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케네디 암살 사건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국가안보 전문 변호사 마크 제이드는 "개인정보까지 공개한 건 믿을 수 없을 만큼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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