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개월 만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개시하며 휴전 협정을 깨버렸다. 연립 정부가 붕괴될 위험에 처한 데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하자 네타냐후가 미국을 등에 업고 공습을 재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평가했다.
FT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1단계 휴전이 지난 2일 종료된 이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중재국과 함께 협상을 벌여왔다.
근래 들어 네타냐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휴전을 사실상 거부하고 새로운 합의를 시도했다. 미국이 제안하고 이스라엘이 지지한 새 조건은 상당수 인질을 원래 계획보다 일찍 석방하는 대신 휴전 기간을 몇주 연장하고 전쟁 종결을 영구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었다.
하마스가 거절하자 네타냐후는 미국과 사전 협의 후에 이날 오전 공격을 다시 시작했다. 이로 인해 현재 기준 최소 404명이 사망하고 약 600명이 부상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양측의 협상이 전체 전투 재개를 막을 수 있길 희망하며 중재자들이 양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하마스가 진지하게 협상 테이블에 돌아온다면 공격은 중단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계속된다"고 명확히 했다.
표면적으로는 하마스 파괴라는 이스라엘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야아코브라 아미드로르 전 네타냐후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전에는 가자지구를 통제하고 정리할 수 있는 병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같은 무장단체를 약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이제는 더 많은 병력을 오랫동안 배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 국내 정치와의 관련성이 더 크다고 FT는 분석했다.

네타냐후는 하마스와의 휴전 협정으로 연정 동맹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네타냐후는 이타마르 벤 그비르 전 국가안보장관이 이끄는 극우 정당 '유대인의 힘'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의 '종교시오니스트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벤 그비르는 휴전 협정에 항의하며 지난 1월 유대인의 힘을 연정에서 탈퇴시켰다. 스모트리히도 사직 의사를 드러내며 총리직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번 공격은 네타냐후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함이었을 수 있다고 FT는 봤다. 실제 벤 그비르는 18일 연정에 복귀했고, 스모트리히의 위협도 실현될 가능성은 적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일부는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수장인 로넨 바르 국장 해임 추진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라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 좌파 노동당의 야이르 골란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전선의 군인들과 가자에서 억류 중인 인질들은 네타냐후 생존 게임에서 카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타마르 야르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네타냐후는 전쟁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개인적인 이익이 있다"며 "그는 이를 끝낼 시급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네타냐후는 정치적 구도가 고려됐을 가능성을 "거짓"이라며 일축했다.
가자지구 전쟁은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잡으며 촉발됐다. 이스라엘 최악의 안보 실패로 꼽힌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