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동맹국도 예외를 두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후임을 맡게 될 집권 자유당 대표로 마크 카니(59)가 선출됐다.
카니는 캐나다 중앙은행 및 영란은행 총재 등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당장 눈앞에 닥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캐나다 노스웨스트 포스 스미스에서 태어난 카니는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 학사를 취득한 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카니는 대학 졸업 후 미국의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제 전문가'다.
특히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하면서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를 통해 캐나다를 더 심각한 경기 침체에서 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2013년부터 2020년까지는 영란은행 총재를 맡기도 했다. 외국인이 영란은행 총재가 된 것은 카니가 처음이었다. 카니는 영란은행 총재로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윌 허튼 영국 사회과학학술원 원장은 카니에 대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중앙은행 총재였다"며 "그는 브렉시트를 자멸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영란은행을 효과적으로 조직해 (브렉시트) 충격이 예상보다 덜 재앙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카니가 총리로 선출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 등이 캐나다의 경제 혼란과 불확실성을 키웠고 캐나다 국민들의 애국심을 높였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시키고 싶다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취임 후에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예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4월 2일까지 유예했지만 양국 간 갈등은 언제든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는 상황이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고별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 등을 언급, "캐나다 국민들은 이웃 국가들의 실존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는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는 외교적으로 나서지만 필요할 때는 싸우는 나라"라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인 앵거스 리드 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카니가 43%, 보수당의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가 35%를 얻어 카니가 트럼프 대통령에 더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카니가 총리로 선출되면서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카니는 선거 기간 캐나다 중앙은행과 영란은행 총재를 지낸 자신의 경력을 강조하며 트럼프의 적대적인 태도를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위기관리의 베테랑'이라고 강조했다.
카니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이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니는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는 캐나다가 냉정함을 잃기를 바란다. 단결하고 올바른 대응을 해야 한다", "트럼프의 조치는 물가와 금리를 상승시켜 수백만 명의 미국 노동자와 모든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등의 글을 올렸다.
카니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도 "우리 경제를 악화시키려는 사람이 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다"라며 "트럼프는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과 판매하는 제품, 우리의 생계를 유지하는 방식에 부당한 관세를 부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는 캐나다 가정과 노동자, 기업을 공격하고 있다. 우리는 그가 성공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으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우리를 존중할 때까지, 우리 정부는 보복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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