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조치 시행일인 4일에 맞춰 반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는 25%의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조치를 발표했으나 중국에는 기존 행정명령에 따라 관세를 발효한 것이다.
중국이 내놓은 대응 조치는 일부 제품군에 대한 관세 부과뿐 아니라 반도체 소재 수출 통제, 미국 빅테크 반독점 조사 개시, 미국 개별 기업 제재까지 포함된다.
관세로 맞대응 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미국의 압박 수단을 다양화한 것은 중국이 그간 미국의 관세 인상 압박에 맞춰 여러 카드를 준비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 전략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보다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자신감이 반영됐기 떄문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관세 전쟁을 계기로 미중 간 첨단기술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중국은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원유·농기계·고배기량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석탄과 천연액화가스(LNG)에 대해 1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한다. 중국이 미국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는 높지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공언한 원유와 가스 수출 확대 방침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텅스텐, 탈루륨, 비스무트 등 반도체 핵심 원료가 되는 희귀 금속 제품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함으로써 자원을 무기화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중국은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며 미국은 텅스텐의 4분의 1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23년부터 갈륨, 게르마늄 등 주요 희소금속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실시해왔다. 수출 통제 품목이 지속 확대되는 것은 중국이 향후에도 수출 통제방식으로 미국 등을 압박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글로벌 첨단 기술 및 에너지 시장에서의 중국의 전략적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도 개시했다. 구글은 공식적으로는 2010년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구글이 유튜브 광고 등을 통해 중국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중국 휴대전화 업체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한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구글에 벌금 또는 사업 정지와 같은 처분이 내려진다면 다른 미국 기업의 중국 전략 조정도 불가피하다.
특히 구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화웨이의 경우 최근 출시한 메이트70부터 안드로이드 코드를 모두 제거하고 자체 OS인 하모니를 탑재했으며, 최근엔 중국이 개발한 딥시크로 전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미국 개별 기업에 대한 제재 카드도 꺼냈다. 중국은 캘빈클라인, 타미힐피거 등을 보유한 PVH그룹과 바이오 기업 일루미나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 가운데 PVH그룹의 경우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면화 사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제재 절차에 이미 착수한 기업이다.
다만 이번에 중국이 내놓은 조치는 상징적 수준이라는 평가다. 미중 간 무역 분쟁이 격화된다면 양측 모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중국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간 트럼프의 관세 인상 압박에 "관세와 무역 전쟁에선 승자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에 따라 양측 간 관세 분쟁을 둘러싼 물밑 협상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미국산 원유 등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 조치를 1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것도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르면 오는 18일 유엔회의 계기에 미중 외교장관이 회동해 미중 무역 분쟁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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