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국 경제가 미국의 관세 위협 속에서 1분기 5.4%의 견고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고관세에 대비해 수출 선적을 앞당기며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대비 모드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45% 추가 관세 부과가 시작된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관세 충격을 상쇄할 부양책 기대감은 높아지겠지만 견고한 데이터로 인해 당장 부양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시장 예상 5.2%를 상회했다.
지난달 생산과 소비도 예상을 웃도는 모멘텀을 실현했다. 3월 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7.7% 증가해 2021년 6월 이후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광산업이 6.2%, 제조업 7.1%, 에너지업 1.9% 각각 증가했다. 제품별로는 신에너지차(45.4%), 3D프린팅장비(44.9%), 산업용로봇(26.0%) 생산이 크게 늘었다.
소매 판매는 5.9% 증가하여 2023년 12월 이후 최대폭으로 확대됐다. 시장 예상치(4.2%)와 1~2월 증가폭(4.0%)을 웃돈 수치다.
가전제품과 가구 매출은 정부의 구매 보조금 덕분에 약 30% 증가하며 성장을 주도했다. 금값이 치솟으면서 보석류 판매 증가율은 11%로 가속했다.
서비스 소비도 늘어 케이터링 매출이 5.6% 증가해 1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늘었다. 많은 지방 정부가 외식 및 관광 지출을 장려하기 위해 할인 바우처를 발행한 덕분이다.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는 여전히 전체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는 첫 3개월 동안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해 1~2월(-9.8%)과 비슷했다. 3월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변동이 없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공장 출하가 앞당겨지며 1분기 성장세는 견고했다. 컴퓨터 및 기타 전자제품의 생산이 13% 급증했다.
3월 중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4% 증가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또 중국의 대동남아 수출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국가로 선적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쉬 티엔첸은 로이터에 정부 부양책이 소비를 촉진하고 투자를 지원했다며 5.4%의 성장률을 "매우 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의 막대한 관세 부과가 본격 진행되면 앞으로 몇 달 안에 급격하게 반전할 위험이 크다. 무역전쟁의 영향은 4월부터 경제 활동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기업들이 주문을 일시 중단하고 생산을 줄이면서 4월 중국의 무역 활동이 급격히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UBS는 미중 관세 인상이 그대로 유지되고 중국이 추가 부양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중국의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4%에서 3.4%로 하향 조정했다.
UBS의 애널리스트들은 메모에서 "관세 충격은 중국의 수출에 전례 없는 도전이 될 것이며 국내 경제에도 큰 조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주 기준으로 미국으로 배송되는 중국 제품의 60% 정도는 최대 145%의 관세를 적용받고 나머지 중국산 40%는 20~45%의 관세 인상에 직면한 것으로 UBS는 추정했다.
무역 전쟁으로 인해 중국이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4월 말에 열리는 중국 공산당 의사 결정 기구인 정치국 회의에서 부양책의 시기와 규모에 대한 추가 단서가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긍정적인 데이터가 나오면 관세로 인한 구체적인 영향을 확인한 후에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올해 하반기에나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핀포인트 자산 관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장즈웨이는 블룸버그에 "정부는 수출 둔화의 규모를 관찰하고 그에 따라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연간 예산 적자 증가를 포함한 재정 조치를 발표해 추가 부양에 즉각 나서기 힘든 점도 있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 따른 침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확대해야 하지만 재정 건전성이라는 균형도 잡아야 한다.
이달 초 국제신용평가업체 피치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급격히 증가하는 정부 부채와 공공 재정의 위험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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