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변덕이 다시 한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과 인접한 최대 동맹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발효한 지 하루 만에 자동차에 대해서는 한 달 유예하겠다고 예외를 적용했다.
트럼프 특유의 즉흥적인 움직임에 정책 불확실성이 거듭 부각됐지만 한편에선 관세폭탄을 피할 여지가 보인다는 신중한 희망도 있다. 쉬운 과정은 아니겠지만 개별 국가별로 협상의 공간이 있는 셈이고, 미국 내부의 피해 우려를 활용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는 힌트도 엿보인다는 것이다.
미국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멕시코·캐나다산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를 한 달간 면제한다고 밝혔다. 한때 미국 자동차 빅3로 불리던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가 관세 조치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며 예외를 요청한 것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는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가 발효된 4일 포드 창업자 헨리 포드의 증손자인 빌 포드 포드 회장과 짐 팔머 포드 최고경영자(CEO), 메리 바라 GM CEO, 존 엘칸 스텔란티스 회장과 전화 통화를 가졌다. 트럼프와 빅3 수장의 통화 이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준수하는 완성차와 부품에 대해 관세 25%가 한 달 연기됐다.
트럼프의 관세 압력이 빅3 요구에 약해진 것이다. 이들은 트럼프에게 미국 투자 확대를 약속했지만 관세 정책의 확실성도 요구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의 유예 결정은 복잡한 북미 공급망으로 인해 관세 25%로 자동차 가격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로이터가 인용한 울프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관세로 전체 차량 가격은 평균 3000달러 오를 수 있는데 캐나다 혹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의 경우 7000달러 인상될 수 있다. 또 미국산 부품으로만 만들어진 미국 자동차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클레이스 은행의 분석가들은 멕시코가 미국 차량에 사용되는 부품의 최대 40%, 캐나다가 20% 이상을 공급한다고 추정한다.
부품 업체들은 관세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하며 차량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 수요가 줄면 추가 타격을 받는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생산에 큰 변화가 없다면 수천 개의 개별 자동차 부품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2025년 말까지 잠재적으로 4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
또 미국과 해외 국가의 제조업체들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픽업트럭의 1/3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나온다. 픽업트럭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추이며 픽업트럭 운전자들은 공화당원이라고 답할 확률이 민주당원보다 2배 높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인들의 식탁물가도 트럼프의 관세 압박을 낮출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되는 관세에서 특정 농산물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 사들이는 식품과 농산물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미 농무부(USDA)에 따르면 멕시코는 또한 미국에 설탕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다.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CEO는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멕시코산 의존도가 높은 청과물에 대해 "며칠 내로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소비자뿐 아니라 미국 농가 역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농가들은 이미 지난 3년 동안 종자, 비료, 장비 비용이 상승하면서 소득에 압박을 받았다. 여기에 캐나다 비료 관세까지 더해지면 작물 재배 비용이 더 들며 미국 농가의 재정불안이 심해진다.
승승장구하는 미국 경제가 트럼프 관세로 인해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월가 은행들의 경고도 있다. JP모건체이스는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을 11월 말 17%에서 3월 초 31%로 높여 잡았다. 골드만삭스 역시 침체 가능성을 1월 14%에서 3월 23%로 상향 조정했다.
국가별 개별 협상의 여지와 희망도 있다. 인도는 F-35 전투기 구입과 원자력발전소 도입 등을 포함한 대미 무역적자 해소 협상을 개시했고 여러 국가들이 4월 전까지 트럼프 행정부와 비슷한 종류의 협상을 벌일 전망이다.
베트남은 비무역 규제 완화부터 에너지 수입, 농산물 수입, 미국 위성서비스 스타링크 도입, 비행기 구입, 통화정책, 골프 외교까지 트럼프 관세를 피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치들을 구체화하고 있다.
캐나다는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일부 관세를 철회하면 보복조치를 완화할 의향이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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