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가 세계 각국의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과 관련해 얼마나 많은 여성이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남편이 집안일을 얼마나 하느냐가 출산율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 교수이자 202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라우디아 골딘은 국가별 출산율 하락 추세의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골딘 교수에 따르면 각국의 출산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입한 속도와 아이를 키우고 집안을 치우는 것에 대한 남성의 생각이 얼마나 빨리 이 추세를 따라잡았는가에 달려 있다. 즉 남성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지역에서는 출산율이 더 높고, 덜 하는 지역에서는 출산율이 더 낮았다고 했다.
골딘은 특히 한국 여성들이 직장에 가게 됐지만 집안일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남성의 생각이 불일치해 출산율이 낮아진 예로 제시했다.
골딘은 "한국은 1960년대에는 인구 72%가 농촌에 살았는데 1980년에는 43%만이 농촌에 살아 당시 태어난 아이들은 훨씬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됐다"면서 "이들이 결혼 적령기가 된 2000년대 초에 소득이 4.5배 증가했고 젊은 여성들은 직장생활을 하고 싶어했다"고 했다. 하지만 남성들은 여전히 아내가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런 충돌로 인해 출산율이 급속히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골딘 교수는 구체적으로 여성이 하루에 몇시간 더 일하느냐와 출산율의 상관관계를 따져보았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일본과 이탈리아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약 하루 3시간 더 집안일과 돌봄 노동을 하며 보낸다. 스웨덴(0.8시간)에서는 1시간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스웨덴의 출산율(1.7명)은 앞의 두 나라(각각 1.4명과 1.3명)보다 훨씬 더 높다. 한국의 경우 여성이 2.8시간 더 일하고 있는데, 출산율은 0.9명이다. 골딘의 가설에 맞는 결과다.
골딘은 다른 문화적, 종교적 요인도 여성보다 남성이 더 적게 집안일을 하는 것에 기여했지만 전반적인 경제 상황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보았다. 그는 "급속한 (경제) 성장이 있을 때 해당 세대는 현대성에 익숙해질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골딘은 "그 남자가 '해야 할 일'에 대한 기대가 바뀌지 않는 한 (출산율 감소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너무 많은 청년이 아이가 태어난 후 육아 휴가를 취하면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골딘은 해결책으로 국가의 육아 서비스 제공을 들었다. 출산율 저하 문제를 해결하려면 스웨덴, 프랑스, 영국, 캐나다가 하는 것처럼 정부 보조 육아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했다. 단순히 육아휴직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1세부터 정부가 육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웨덴처럼 육아 서비스와 보조금이 지급된다면 아이를 낳는 것으로 인한 여성의 불균형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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