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가 성인(聖人) 반열에 오를 길이 열렸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14일) 그를 가경자(可敬者, 존경받을 만한 사람 의미)로 선포했다.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의 "영웅적 덕목"을 인정하고 그를 가경자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가우디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명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건축해 '신의 건축가'로 불린다.
가톨릭에서 성인이 되려면 하느님의 종, 가경자, 복자(福者)를 단계적으로 거쳐야 한다. 가우디의 경우 2003년 생전의 신앙심을 인정받아 하느님의 종으로 지정됐다. 복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와 관련된 기적이 있고 그것이 검증되어야 한다. 그 후 가톨릭 성인으로 추대되려면 또 다른 기적이 확인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은 수년, 심지어 수 세기가 걸릴 수 있다.
가우디는 1852년 스페인 레우스에서 태어나 수년 후 바르셀로나로 이주하여 건축을 공부하고 1878년에 학위를 받았다. 성당 웹사이트에 따르면, 그는 몇 가지 작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한 후 곧 가장 인기 있는 건축가 중 한 명이 되었고 더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맡기 시작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882년에 착공되었고, 가우디는 1년 후 31세가 되어 이 프로젝트를 이어받았다. 그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성당의 건설에 관여했는데, 생애 마지막 12년 동안은 이 성당 건설에만 매진했다. 1926년 6월 7일 바르셀로나에서 전차에 치여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허름하게 입고 있어 노숙인으로 여겨져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다 3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10년에 이 성당을 봉헌하며 가우디에 대해 "창조적인 건축가이자 실천적인 기독교인으로서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신앙의 횃불을 밝히며, 존엄성과 철저한 금욕주의 속에서 살아온 삶"이라고 묘사했다.
바르셀로나 대주교 후안 호세 오멜라 추기경은 14일 영상 성명을 통해 가우디가 가경자로 선포되었다는 소식을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추기경은 이것이 "그의 건축 작품뿐 아니라 그의 거룩함보다 더 중요한 것, 즉 그가 선한 사람이었음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가우디가 복자와 성인으로 나아가려면 가우디와 관련한 불치병 치유 같은 기적이 있었는지 까다롭게 심사받아야 한다. NYT는 "성인 지위를 얻은 예술가는 많지 않다"면서 시를 쓰기도 했던 고위 성직자들과 작곡을 했던 수녀원 원장이 성인 반열에 올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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